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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 2021

<2021 사순절 이야기 - 스물 셋째 날>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오늘 새벽은 기온도 낮았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 볼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버스 안으로 들어가면 금새 얼어붙는 느낌이 사라집니다. 이제 막 엔진을 돌렸으니 히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바람을 막아주는 것 만으로도 추운 기운을 멈추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람만 막아 주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구약 성서에서는 ‘도피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러 부연된 설명들이 있지만 기본적인 ‘도피성’의 의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실수로 살인을 한 사람이 보복자의 손에 의해 죽는 일이 없도록 피 할 수 있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여섯 개의 성읍을 정해서 도피성으로 삼고 그 성으로 피신을 하면 보호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이 도피성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너희 가운데 몸 붙여 사는 외국인이나 거류자로서 실수로 살인한 사람도 모두 이 도피성에 피신할 수 있다.”라고 율법으로 규정 해 놓았던 것입니다.


사는 것이 그리 쉽지 않는 세상입니다.
더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겪게 되는 구조적 모순 또는 불의와 부정으로 인해 삶이 처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 부는 벌판으로 내 몰린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저 바람 한 줌만 막아 주어도 추위가 훨씬 덜 해 질텐데 말입니다.


사순절 스물 셋째 날,
사납고 추운 바람이 몰아치는 힘들고 험한 세상으로 내몰린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도피성을 만들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저 바람 한 줌이라도 막아 줄 수 있는 ‘바람막이’ 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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