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18:23
<가난한 사람은 간절한 말로 구걸하지만, 부유한 사람은 거친 말로 대답한다.>
금요일은 Lollipop Day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버스 안에서 떠들지 않고 얌전하게 룰을 잘 지킨 아이들에게 롤리팝을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주간 내내 아이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못합니다.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금요일만 되면 ‘Lollipop Day’를 외칩니다.
프리스쿨 아리아나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여자 아이입니다. 누군가와 떠들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물론 말싸움이기는 하지만, 싸우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혼자 뭔가 중얼거리고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하긴 40분가량 스쿨 버스를 타고 가야 하니 심심하기도 하겠지만 그럴 때 마다 “아리아나, 너 조용히 해야 롤리팝 받는 것 알지?”하고 말을 하기는 하지만 그 역시 일분도 못가서 또 떠들어 댑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건너편 자리에 앉은 라즈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었던가 봅니다. 라즈가 내게 “아리아나가 욕을 했어”라고 말합니다. 프리스쿨 아이들이 무슨 욕을 하겠는가만은 집안에서 “What the f***” 하는 말을 부모들이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을 듣고는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쓰는 것입니다.
아리아나를 내려 줄 때가 되어서 물었습니다.
“아리아나, 너 롤리팝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못 받을 것 같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
“말 해봐, Yes or No?”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물어보는 중에 내려 줄 곳에 다 왔습니다. 아리아나의 엄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쿨 버스를 세우고 내리라고 하자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 나오면서 버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를 보더니 웁니다. 롤리팝을 받지 못한 것이 서러웠던가 봅니다. 스쿨 버스에서 내려서 엄마를 붙잡고 울고 있는 아리아나에게 말했습니다.
“아리아나, 너 잊어버린 것이 있는데 뭔지 알아?”
온통 울상이 된 얼굴로 나를 바라봅니다.
롤리팝 두 개를 건네주면서 말했습니다.
“오늘 금요일이잖아, 롤리팝 데이”
그러자 순간 온통 울상이던 얼굴이 활짝 펴지면서 얼른 롤리팝을 받습니다.
한국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갑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가졌다는 이유로 가지지 못한 이들의 간절함에 거친 상처를 주는 짓입니다.
롤리팝을 갖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나름 간절한 마음에 나는 거친 말로 거절하지 않습니다. 아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유는 오직 하나, 나는 롤리팝이 있고 아이들은 롤리팝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