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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 2014

사순절 이야기-19 “같이 잘 살아라.”

내 아침은 새벽 4시 50분에 시작됩니다.

알람 시계 세개를 맞춰놓고 자지만 대개는 첫번째 시계가 울릴 때 일어납니다. 커피를 데우고 간밤에 들어온 이메일을 대충 훑어보고, 새벽 기온을 힐끔 보고, 살짝 얼굴에 물칠을 하고, 양치질하고 옷입고 집을 나서는 시간이 5시 23분입니다.
다행인 것은 집에서 버스 차고까지 5분 거리인지라 (전에는 3분에 갔었는데 작년 새벽에 30마일 존에서 69마일로 달리다가 95달러 벌금을 낸 이후 이제는 정확히 5분에 맞춰 갑니다.) 23분에 집에서 나가도 내 펀치-인 시간인 5시 35분에 넉넉하게 갈 수 있습니다.

새벽에 나오는 짐 그리고 탐과 잠시 수다를 떨고 버스에 오르면 5시 35분.
이 때분터 운행 전 버스 점검을 13분간 하고 5시 50분에 차고를 떠나 6시 정각에 벤을 태우면, 다시 차고로 돌아오는 아침 9시 20분까지의 오전 일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닷새, 벌써 7년 가까이 이 일을 하다보니 매일매일 새벽 차고를 떠나기 전까지의 시간이 그리 특별히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오늘도 그러려니 하고 모든 점검을 마치고 운전석에 앉아 벨트를 매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버스에는 지금껏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 눈으로 보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그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버스 출입구쪽에 놓아 둔 쓰레기 통에서 나오는 듯 했습니다. 벨트를 묶다 말고 다시 운전석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조심조심 쓰레기통쪽을 가 보았습니다.

“앗! 쥐닷”

날이 추워지면서 밤에는 버스를 차고 안에 넣어두는데, 그 때 이 녀석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던 가 봅니다. 더욱이 어제 저녁 꼬맹이들이 버스 안에서 과자를 먹고 부스러기를 흘렸길래 쓰레기통에 쓸어 담아 놓았더니 그 냄새를 맡고 들어갔던가 봅니다. 그런데 들어가기는 했지만 프라스틱 쓰레기 봉투로 감싸 놓은 쓰레기 통이 너무 미끌거렸던지 나오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녀석이 쓰레기통 한 구석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 나를 빤히 처다 보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죽여? 살려?
죽여, 그럼 어떻게 죽여?
살려, 그럼 어떻게 살려?

그런데 이 무슨 조화인지 그 순간 이명박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따라오는 계시같은 음성이 들렸습니다.

“내가 이명박 같은 것도 다 쓸데가 있어 만들었는데 저 불쌍한 생쥐는 이명박 보다 더 귀한 내 창조물이니라….”

쓰레기 봉투를 살그머니 그대로 쓰레기통으로부터 꺼내 묶지 않은 채로 덤스터에 살며시 넣어 주었습니다. 그곳이라면 먹을 것도 충분 할테고, 숨을 곳도 많을테고, 춥지도 않을테니 말입니다.

사순절입니다.
예수 십자가에서 죽어… 나를 대신 죽으시고… 예수 피로 내 죄 사함 받아… 구원… 영생, 천당… 이런 것들은 다 만들어진 웃기는 소리일 뿐입니다.
하지만 예수 십자가에서 죽어… 그의 죽음으로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있습니다.

“함께 살아라, 세상 모든 것들이 다같이 잘 살아라” 이것입니다.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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