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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 2014

사순절 이야기-14 “두꺼운 외투를 벗은 나그네”

저는 스톨스교회 다니게 되면서 제게 일어난 두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제 안에 오래 자리했던 종교적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동안 기독교, 특히 한국교회 및 교인에 대해 가졌던 저의 생각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몇몇 위대한 목사님들과 제가 아는 성경 구절은 좋아했지만 대부분의 한국교인들에게는 종교적 관용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어디 교회 다니세요? 하는 질문도 불편했고 (전 절에 다니는데요) 하나님 믿어야 천국 갈 수 있다는 말 (즉, 하나님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협박)은 교회에 대해 닫혔던 저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했습니다.
그러다 코네티컷에 와서 스톨스 교회는 비기독교인도 다닐 수 있으니 부담갖지 말고 와도 된다는 말이 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러다 현실적인 도움을 빌미로 스톨스 교회 문을 두드렸는데 (이때만 해도 좀 망설였습니다. 과연 비기독교인도 동지로서 품을 수 있을까 의심반 호기심반이었습니다) 웬걸,
도와줬으니 앞으로 우리 교회 계속 나와라, 기독교를 믿어야지… 등등 우려했던 반응은 전혀 없고, 아무도 제 종교에 대해 크게 궁금해하거나 제 종교적 신앙심을 체크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강요도 없다 보니 목사님 설교를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듣게 되었고, 그래서 기독교의 가르침이 얼마나 훌륭한지 조금씩 알게 되었으며 일상을 사는데 양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 되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타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어져서인지 제 종교에 대한 믿음도 굳건해져서 제 종교적 정체성에 대해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어렸을 때 교회 안 다닌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는데) 상처받았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보니 무의식 중에 기독교인들을 미워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제 종교를 기독교인들 앞에서 말하기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과 종교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혹시 있게 차별이 무섭고 관계가 서먹해지는 게 싫어서 조용히 피하곤 했었는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이제는 스톨스 한인교회 신자분들을 통해 겪은 바와 같이 종교가 달라도 우린 여전히 동지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혹시라도 그렇지 않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종교가 잘못되어서 그런 건 아니며, 그런 사람과는 관계가 서먹해져도 아무 미련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스톨스 교회에 처음 문을 두드릴 때 제가 필요했던 현실적인 도움은 이미 마무리 되어서 더 이상 나갈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계속 스톨스 교회에 나가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나그네의 두꺼운 외투를 벗긴 것은 강한 폭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었음을,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님을 외울 때와 같은 진심으로 조용히 불러봅니다,
아멘.
(제 입에서 이 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줄이야… oh, my god!)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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