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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 2015

사순절 2015 – 스물 일곱번째 이야기 – Still

모든 것들은 변합니다. 잠들기 전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머그컵 안에 따뜻했던 물의 온도도, 양지바른 창가에 던져두었던 노란 바나나의 선명한 빛깔도, 하물며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어느 순간에는 허망하게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Ben Folds 라는 가수는 변해가는 것들에 대해 관조하듯 나지막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저에게는 약간은 따분하기도 한 고전적인 얘깃거리지만, 그의 초연한 목소리가 한 순간 가슴을 파고들어 헤집어 놓을 때가 있더군요.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매일매일 변하고 있다는 불안한 사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서는 그 원초적인 두려움을 Ben Folds는 일상 속에 희석시킨 후 건조하게 이렇게 내뱉습니다.

It`s only change, only everything I know.

Even the things that seem still are still changing.

종교의 수많은 역할들 중에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절대적인 가치를 통해 인간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는 데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라도, 천상에선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변치 않는 무언가가 있으리란 막연한 믿음이 수많은 이들을 매주 교회 문지방 안으로 끌어당기고 있을 테지요. 그렇다면 그 믿음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예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성경 속 장면은 어쩌면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현존함을 증명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까요? 심지어 멈춘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변하고 있고, 또 변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인지, la da la da la da da da da da하며 반복하는 한 가인의 흥얼거림은 그렇게 무심한 듯 반문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순절을 맞아 Ben Folds의 Still이란 노래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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