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27 2021

<2021 사순절 이야기 - 서른 셋째 날>

 

감자를 깎습니다.
어쩌면 ‘감자 껍질을 벗긴다.’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벗기든, 깎든, 감자 껍질을 없애는 것이 목적입니다.


늘 이 일을 하면서 고민이 되는 것이 상한 부분을 제거 하는 방법입니다.
야채 껍질 벗기는 도구 흔히 말하는 Vegetable Peeler 로 껍질을 벗기면서 감자 눈이 있는 부분이나 썩은 곳은 peeler 의 앞 뾰족한 부분으로 파내게 되지만 상하고 썩은 부분이 겉으로 보이기에는 그저 점 같은 것이라도 감자 속까지 깊숙이 들어가 있으면 결국 파내다 파내다 마침내 그 부분을 송두리째 잘라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이걸 파내? 잘라내?’ 하는 것으로 순간 고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참, 고민 할 것도 없다. 츳츳츳…’하고 혀를 차면서도 말입니다.
감자야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겠지만, 사람이 그렇다면, 세상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을 해 봅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 백성들의 하는 짓은 결국 야훼 하나님 보기에 악한 것이 되었기에 야훼 하나님은 광야에서 저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이 반드시 광야에서 죽으리라”


이집트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여호수아와 갈렙 단 두사람만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약속의 땅, 새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썩고 상한 부분을 파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잘라내 버리겠다는 하나님의 의지였던 것입니다.
결국 그 뜻에 따라 심지어 모세까지도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사순절 서른 셋째 날,
파내든, 벗겨내든 아니면 완전히 잘라내든 상하고 썩은 부분은 반드시 없애 버려야 합니다.
물론 그 상하고 썩은 것이 내 것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