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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2 2020

<2020 사순절 이야기 – 스물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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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내가 담근 김치를 들고 쪼르르 아내에게 달려가 자랑질을 합니다. 그러더니 아침식사를 만든다고 유난스레 부산을 떱니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다 주고는 ‘맛이 좋은냐? 어떻냐?’하고 또 연신 물어 봅니다.

샌드위치를 다 먹은 아내가 나지막이 말합니다.
“됐다”

예수가 제자들에 말 했답니다.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좀 쉬자.”

내가 사는 커네티컷 주지사는 “원격 교육이 가능하다면 올해는 가을까지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길고 긴 휴가가 될 것입니다.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분이 “목사님, 비록 무급휴가이지만 황금 같은 휴가의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해 줍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멀고 먼 길이 남아있습니다. 어찌 될지 아무도 누구도 알 수 없는 날들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는 멈춰서야 하는 시간이 필요 하다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코로나바이러스는 헤로인에 빠지듯 자본주의에 취해 미친 듯이 달려온 괴물이 되어버린 인류에게 달음질을 멈춰야 할 때가 온 것을 알려주는 경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하는 줄 알았고, 잘난 줄 알았고, 최고인 줄 알았으며, “불가능은 없다”고 외치며 크고 큰 것으로 커다랗고 엄청난 것을 만들었고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고 작은 바이러스 앞에 인류는 한순간에 벌개 벗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살금살금 서재로 내려가 없는 듯 소리 내지 않고 있습니다.
내게 멈춰서는 시간이 필요하듯 아내에게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순절,
멈춰 서서, 창밖 먼 곳을 보며 가까이 있는 나를 찾는 날들이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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