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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 2020

<2020 사순절 이야기 – 스물 셋>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일을 못 하니 돈을 못 벌고, 돈을 못 버니 그저 먹고 쓰기만 하다 보니 아침의 관심사까지 바뀌어 버렸습니다. “오늘은 케일이 버스를 탈까?” “아침에 브레잌이 버스를 타면 어제 일에 대해 무어라 말을 해 줄까?”라고 했던 것이 “오늘은 무얼 먹을까?”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눈을 떠 보니 눈이 옵니다. 삼월 말, 눈 오는 날은 파전이나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파전을 했습니다. 파, 새우, 할라피뇨, 마늘, 생강을 넣고 파전을 부쳤습니다. 다 먹고 나니 도마 한 개, 칼 두개, 볼(bowl) 세 개, 접시 네 개, 후라이팬 한 개, 국자 두 개, 접시 네 개…. 파전 하나 부쳐 먹었는데 뭔 그리도 대단한 요리를 했다고 설거지 거리가 산더미입니다. 작은 그릇들은 물로 헹궈낸 후 세척기에 넣고, 큰 것들은 손으로 설거지를 합니다.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모두 키친 캐비넷의 제자리에 넣고 문을 닫습니다. 바닥에 흘린 기름과 떨어진 음식물들을 훔쳐내고 나니 다 끝났습니다. 아침에 주방에 들어와 파전을 만들어 먹었지만 치우고 나니 아침에 들어 올 때와 똑같은 모습니다. 변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몇 시간 동안 나름 열심히 무언가를 했던 자리인데 그 결과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가 말합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하나님은 ‘평화의 세상’을 일상으로 주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상의 평화를 깨뜨려버렸습니다. 믿음은 사람이 깨뜨려버린 세상을 처음 하나님이 만들어준 ‘평화의 세상’이라는 일상으로 되돌리는 삶인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하고 눈물 흘리며, 수고하고 애쓰며, 아파하고 사랑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라는 결과물은 얻기 위함이 아니라 처음 하나님이 만들어 준 ‘평화의 세상’, 일상으로 되돌리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평화로 되돌리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종식 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신천지’나 ‘꼴통 교회’들과 ‘적폐 정치꾼’들이 있는 것처럼, 평화의 세상으로 되돌아가기를 싫어하는 나쁜 놈들이 곳곳에서 가로막고 방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말합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마라.” 사순절,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이유는 누구도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이 만들어준 일상의 세상, 평화의 세상으로 되돌리기 위함인 것입니다. 애쓰고 수고함에 대해 놀랍고 신기한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억울해 하지 마십시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끝나면 모두가 일상으로 되돌아가게 되듯이, 여러분들의 수고가 끝날 때 세상은 하나님의 일상이라는 ‘평화의 세상’으로 되돌려 지게 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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