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를 사려고 그로서리에 갔습니다. 몇일 전 텅텅 비어있었던 고기류 섹션이 갖가지 고기들로 채워졌습니다. 올리브 오일이 있는 곳에 갔습니다. 내게 필요한 올리브 오일이 달랑 두 개 남아있습니다. 아주 잠깐 “얼른 두 개 다 집어넣어”라는 유혹이 닥쳐왔습니다. 순간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옵소서.”라고 가르쳐준 예수의 기도가 떠올랐습니다. 두 개 남은 올리브 오일 중 한 개만 집었습니다. ‘유혹’을 물리쳤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성서를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유혹’이라는 단어는 없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억울하지 않았습니다. ‘유혹’보다 더한 ‘악’으로부터 구원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긴 무슨 올리브 오일 한 개 더 집어 온다고 ‘악’이니 ‘유혹’이니 하는 말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참 웃기는 말입니다만 예수가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소서”라고 기도 했다는 것을 되새겨보면, 물론 모든 교회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고 믿지만,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고통 받고 있는 조국 대한민국에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다고 하는 교회들이 하는 짓이, 정말 저들이 하나님을 믿기는 하는가 하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세상으로 하나님이 예수를 보낸 것을 믿게’ 하는 길은 교회가 ‘세상과 하나 되어 고통을 나누는 것’인데 또한 저들의 행위가 오히려 ‘하나님이 예수를 보냄’을 믿지 못하게 하는 짓임을 왜 알지 못 하는지 화가 난다기 보다 오히려 아픕니다. 시험에 들고 악에 빠진 교회들이 무슨 짓을 한다 하더라도 사랑으로 세상과 함께 아픔을 나누는 믿음의 동지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결코 하나님은 이 세상을 버리지 않으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사순절, 고통 받는 세상과 하나 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빕니다.
3월 23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