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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 2020

<2020 사순절 이야기 – 열 여덟>


커네티컷은 매사추세스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주이며 1620년 Mayflower 호를 타고 영국에서 출발한 최초의 이주민들이 십년 만에 내륙으로 이동하여 1630년에 교회를 세운 곳입니다. 어떤 한국 교회들이 처음 이 땅에 발을 디딘 사람들을 Puritan(청교도)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무식의 소치일 뿐이고 최초로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Pilgrim(순례자)라고 불렀습니다. 물론 이후 Puritan 들이 이곳에 도착 하지만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은 그들의 신앙적 행태가 순례적이든 청빈적이든 이들의 교회 정체성은 회중적(Congregational)교회였다는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영국을 탈출한 이들은 신정국가를 세운다는 신앙아래 독립을 이루기까지 백 오십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회가 곧 정부였고 목사가 곧 행정수장으로서 뉴잉글랜드를 지배 했었습니다. 독립 이후 교회는 스스로 정치적 영향력을 내려놨지만 커네티컷주의 닉네임인 ‘Constitution State’를 ‘Church State’라고 부르는 것은 이와 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해서 아직까지도 교회의 사회와 정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커네티컷으로 번져 오면서 지난 월요일 마침내 주 지사는 50명 이상 모이는 집회를 전면 금지 시키는 행정명령에 종교 활동을 포함시켰습니다. 이에 커네티컷주의 최대 교단인 UCC(회중교회)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다하기 위해 예배모임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Constitution(헌법) 들먹이며 ‘종교의 자유’를 운운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종교의 자유’를 헌법에 새겨 넣은 이들은 자발적으로 예배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들로부터 교회를 받아드린 한국 교회는, 물론 극히 일부라고 믿지만, ‘종교의 자유’를 운운하며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것을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저 ‘꼴통’이라고 해야 할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교회가 사람과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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