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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 2010

사순절 이야기 <14> 내 이야기는 없지만,

어어어어어-라고 길다란 소리를 내면서 멍해져있는 아이입니다.
지난 한달 반 동안 학과공부는 전혀 안한 탓에
한꺼번에 밀려든 시험이랑 퀴즈랑 페이퍼들을
지난 주 교회까지 안가고 커피를 한사발씩 마시면서 하고 있어요.

지금은 새벽 3시,
막 페이퍼 하나를 끝내고 다시 하나를 공격하려 하는데 눈꺼풀이 뻑뻑한 것이 하기 싫대요.
강하게 외치고 있어요, 뇌와 눈꺼풀이.
그래도 이거 하나 남았으니까 힘내야하는데!!!!

목사님 보내신 메일을 보고, 제 이름을 확인하고서는 계속 고민했어요.
뭘 말하면 좋을까, 아직도 고민중이예요.
아주 오랫동안 잃어버린 어린양이었던 탓에 사순절의 의미부터 다시 확인하고 고민을 해야 했답니다.

 몇 일전에, 한 수업에서 스피치를 하게 되었어요.
주제는
“네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씬이 있다면 무엇이고 어찌 바꾸고 싶으니”였어요.
숙제는 해야하니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씬-이라,

너무나 감사한, 울퉁불퉁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탓에 그런 씬-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스피치는 시시콜콜한 남자친구와의 싸움 얘기만 잔뜩하고 끝이 났습니다.

 잃어버린 어린양의 기간이 너무나 길었던 불성실한 저와는 다르게, 
“아, 이 친구라면 내 장기는 기꺼이 떼줄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저와 함께 덤 앤 더머를 하고 있는 가장 소중한 친구가 제게는 있습니다.

일주일에 이틀은 하루종일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를 위해 기도를 열심히 해주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에 하나입니다.
게다가 너무나 마음씨가 곱고 예뻐서 왜 아무도 안데려가는지
“이런 멍청구리 남자들 같으니! “라고 크게 제가 온 세상 남자들을 다 욕하고 있는데,

이 아이는 제 생각에 인생에 씬이 굉장히 많았을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나 힘든 일이 다 내 친구에게만 일어날까 슬퍼하다가도,
친구가 그렇게 해맑게 웃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것을 보면 부끄러움만 앞섭니다.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싶어요.

같은 하나님의 양이라도, 나도 무작정 기대는 의지박약 양보다,
내 친구처럼 강인한 마음을 가진 예쁜 양이 되어보겠다고 마음을 먹게됩니다.
자꾸 생각하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제가 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언젠가 정말 하찮아서 말하기 부끄러운 일로 울고 있는 제게 엄마가 말씀해주신 말이 있어요.
힘들어도, 힘들어 할 수 있는 지금에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면,
너가 내 나이가 되었을 즈음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제가 할 수 있는 제 얘기는 없지만,
양 옆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덕택에 이런 이야기라도 해드릴 수 있네요.
죄다 저 스스로 저를 응원하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ㅠ 백만년 뒤쯤 저도 멋져질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지금의 제게는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 같아요ㅠ 죄송해요ㅠ

3 comments

  1. 기현애비

    어느덧
    요즘 선남선녀 대하기가
    참 어색한 나이가 된줄 알았는데

    그들도 저런 고민을 하고 사는군요 ㅋㅋㅋ
    그래서 참 반갑기도 하고.

    그나저나 벌써부터 한국시차에 적응준비하시나???

  2. 장호준

    에고 예뻐라…ㅎㅎ
    박유진씨는 이미 아름다운 표정을 가지고있답니다.
    물론 더 아름다운 표정을 갖게 될 테고요….

    내일 이야기는 이수욱싸몬님께서 이어가십니다.

    -이시간에 깨어야 하는 1인-

  3. 기현애미

    하하..난 유진씨를 보면서 나의 십년전을 기억해봤는데…
    좋았던 것도, 후회된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운좋게 잘 살아왔다는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할거리이지요.
    막판 힘내고, 봄방학을 즐기어요~
    -이시간에 깨어있는 또다른 1인. 기현네 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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