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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 2019

<2019 사순절 이야기 - 스물>

‘Late ru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학교 아이들 방과 후 프로그램이 끝난 후 집에 데려다 주는 것입니다. 스물 두 대의 버스가 지역을 나누어 운행하는 일반노선에 비해 여섯 대의 버스가 전 지역을 담당 합니다. 아이들의 숫자는 적지만 지역이 넓고 또한 요일에 따라 버스를 타는 아이들이 다른 이유로 해서 지역을 잘 아는 운전자가 아니면 상당히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운행입니다. 그러다보니 Late run은 학년 초에 정해진 운전자가 아니면 잘 하려 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줘야 합니다.

새벽에 수잔이 무전으로 물어 봅니다. 
“Chang, 오늘 late run 해 줄 수 있어? 파와샤 late run 3 인데…”
“알았어. 내가 할게“

초등학교 꼬맹이들을 모두 집에 데려다 주고 바로 중학교로 가서 late bus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태웠습니다. 한 명씩 태우면서 집이 어딘지 물어 봅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진 지도에 점을 찍으면서 운행 노선을 정합니다. 출발하려고 보니 아이들이 모두 버스 뒤쪽으로 몰려가 앉아 있습니다. 늘 아이들은 뒷좌석에 앉기를 좋아 합니다. 가능하면 운전자와 멀리 떨어져 앉으려는 것이 아이들의 심정인가 봅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4시까지 8시간을 꼬박 학교에 있었던 아이들입니다. 아무리 미국 중학교 수업이 느슨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아이들 보다 한 시간 이상을 더 학교에 남아있던 아이들입니다. 조금이라도 집으로 가는 길을 편하게 또는 재미있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 롤리팝을 한 개씩 나누어 주며 말했습니다.

“자, 이제 출발 할텐데. 너희들 모두 앞좌석으로 옮겨 앉아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내가 어찌 볼 수 있겠냐?”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앞 좌석으로 옮겨 앉더니 한 녀석이 내게 말을 걸어 옵니다.

“Chang, 나 기억 나? 내가 유치원 다닐 때 네 버스를 탔었어”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나도, 나도 …” 하고 손을 들면서 아는 척을 합니다.

하긴 이곳에서 스쿨 버스 운전을 한 지가 십년이 훨씬 넘다 보니 나는 몰라도 나를 아는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유치원? 내가 어떻게 너희들을 기억 하겠니, 그 때는 요만하게 작았고 지금은 이만하게 큰데 말이야!”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외모가 변합니다. 마음도 생각도 변합니다. 아이들 뿐 아이라 세상도 변하고 민중의 생각과 수준도 변합니다. 변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왜 이렇게 했을까? 국민의 변화된 수준을 몰랐을까? 아니 알면서도 무시 한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입니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정말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흔히 말하는 ‘문빠’여서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는 민중의 촛불 혁명으로 적폐청산과 민족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세워진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지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장관 후보자 인선에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을 거야!”
혼자 중얼 거려 봅니다.

2019년 사순절,
율법과 규례, 장로의 전통이라는 과거에 빠져 변하지 못한 유대인들은 결국 새로운 약속인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 죽여 버렸습니다.
변해야 함을 알면서도 과거라는 늪에 빠져 변하지 못한 아니 변하지 않는 내 삶의 모습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내 삶을 뒤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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