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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 2019

<2019 사순절 이야기 - 열 여덟>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타일러가 학교에서 탈 때 앉았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중학교 아이들에게는 먼저 버스에 타는 순서대로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5학년 남자 아이인 타일러를 8학년 여자아이들이 다른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쫓아 버렸나 봅니다. (사실 이곳 여자 아이들 중에서 덩치가 큰 아이들은 비록 열 두어 살이라고 해도 엄청 큽니다. 그러니 남자 아이 중에서도 유독 작은 타일러가 몸집에 눌려 밀려 났던가 봅니다.)

버스를 세우고 타일러를 불렀습니다.
“너 왜 자리를 옮겼니? 네가 처음 앉았던 자리는 거기가 아니잖아”
타일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운전석에서 일어나 뒤로 돌아서 버스에 탄 모든 아이들을 향해 이야기 했습니다.

“In my bus, no one asks to move the seat to other student either no one moved the seat by other students! (내 버스에서는 누구도 다른 아이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할 수 없고 또한 누구도 다른 아이로 인해 자리를 옮길 수도 없다!)”

“Is that clear?”
아이들이 모두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타일러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먼저 버스에 탔잖아.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았잖아. 그러면 너는 그 자리에 앉을 권리가 있는 거야. 네 권리를 빼앗기지 말어!”

이제 기껏 열살 된 아이를 데리고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참 별 소리를 다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타일러는 알아야 합니다. 내게서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2019년 사순절,
예수는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면서까지 빼앗겨서는 안 되는 것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빼앗겨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빼앗길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새기는 사순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족 : 노무현 대통령님의 이마에 노예의 화인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빼앗기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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