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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 2019

<2019 사순절 이야기 - 열 일곱>

한동안 내 스쿨 버스 안에서 초등학교 꼬맹이들에게 지정석(assigned seat)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스쿨 버스안에 있는 26개 좌석 중 정해준 곳에만 앉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자유’를 제한 당하게 됨으로 하여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벌’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런 제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처음 지정석을 정해 주었을 때는 아무소리 않고 앉으라는 곳에 앉아있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온갖 핑계를 대면서 다른 자리에 앉게 해 달라고 조르는 모양새가 풀어 줄 때가 된 듯합니다.

“그래, 그럼 assigned seat을 없애 줄게, 그 대신 너희들이 지켜야 할 rules가 있다. 지킬 수 있겠니?”

아이들이 환호로 대답니다.

“Rules는 세 가지야. 첫째는 Sit – 자리에 앉으면 일어나지 마라, 둘째 Talk – 작은 소리로 말하고 옆친구 방해하지 마라, 셋째 Friend – 친절하게 하고 친구에 대해 불평(complain) 하지 마라. 이 세가지 <STF>!, 이 rules를 너희들이 지키는 한 다시는 지정석에 앉게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약속을 어기면 그 때는 다시 지정석으로 한다. 지킬 수 있어? 약속 할 수 있겠어?!”

꼬맹이들이 입을 모아 “YES!!!!” 라고 대답니다.

“좋아, 그럼 내가 열을 셀 테니 너희들이 앉고 싶은 자리로 옮기고 그런 후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아이들이 비명같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를 옮겨 앉습니다. 물론 얼마 가지 못해 다시 지정석에 앉아야 할 일들이 생기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일단 지금은 아이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고 이를 통해 함께 지켜야 하는 rules가 무엇인지를 또한 왜 이런 rules를 지켜야 하는지를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최근 자한당의 꼴을 보면 안타깝거나 화가 나는 것을 넘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연 저들은 정치의 rules가 무엇인지를 알고는 있는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니 저들에게 rules 라는것 자체가 있기는 한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어려서 스쿨 버스를 타보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년 사순절,
우리 삶의 rules은 무엇인지, 우리 rules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지, 우리는 그 rules를 지키며 살고 있는지 살펴보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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