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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 2019

<2019 사순절 이야기 - 열 여섯>

‘하나님이 주시는 고난은 신비이다.’
욥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난을 신비라고만 한다면, 그러니 그저 “입 닥치고 인내하며 기다려라”라고만 한다면, 흑인이 차별 당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고난의 신비’이기에 마틴 루터 킹의 흑인해방운동은 불필요한 헛짓이었을 것이며, 일제의 침략을 ‘고난의 신비’라고 했다면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바치신 독립투사들은 헛고생을 한 것이 될 것이며,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대한민국에게 주는 ‘고난의 신비’라고 한다면 그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괜한 짓을 한 것이 될 것이며, 세월호 참사가 ‘고난의 신비’라고 한다면 은폐된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우리들의 모든 노력들은 하나님 뜻을 거역하는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또한 민족의 분단이 ‘고난의 신비’라고 한다면 통일을 위해 흘린 우리들의 피와 눈물은 다 소용 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정말 그랬더라면, 정치와 종교 권력에 의해 굶주리고 차별당하며 박해 받는, 그리하여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것이 하나님이 내린 ‘고난의 신비’라고 했더라면 예수는 입을 열어 ‘하나님 나라’를 외치지도 않았을 것이며, 입을 닥치고 침묵함으로 권력자들의 불의한 무력에 의해 십자가에 달려 죽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모든 사람들 그리고 사람 뿐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세상이 다 함께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존엄을 지키고 지켜주면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믿는다면, 오늘 우리는 ‘입 닥치고 인내하며 기다려라‘라는 ‘고난의 신비’라는 올가미로부터 벗어나 무엇을 위해 저항하고 외쳐야 하는가 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사순절,
오늘 우리가 저항하고 투쟁해야 하는 대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리해야 하는지를 찾는 사순절이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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