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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 2019

<2019 사순절 이야기 - 여덟>

미국에 온지 이십년, 지금 사는 곳으로 온지 열 네 해가 됩니다. 어찌 어찌 재주도 없고 아는 곳도 없는 사람이다 보니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몰라 그저 한 번 자리 잡은 곳에서 주저앉아 살고 있습니다.

길 건너편에 집에 사는 리치는 주방장이고, 피자가게에서 카운터를 보는 캔디스는 내 버스를 타던 아이이며, 이사야는 수잔의 큰 아들이고, 술 가게 캐터린은 벤자민 누나이며, 애쉴린은 스패니쉬 교사의 딸이고, 켈리는 이곳 대학교 관리 이사의 딸이며, 클레어는 타운 회계의 둘째 그리고 로렌은 BJ 마켓 매니저의 막내 아이입니다.

누가가 전한 복음서에서 예수는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아무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라고 했다고 하지만, 그건 누가 복음서를 쓴 사람이 하고 싶었던 말일 뿐 정작 예수는 ‘Accept(인정)’ 받기를 원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작은 동네 눌러 앉아 여기 저기 부딪치며 살다보니 나는 몰라도 나를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삶이 되어 버렸고, 내가 뭐 예수도 아닌 다음에야 어떤 인물로 또는 존재나 자격으로 ‘accept’ 받으며 살기 보다는 그저 동네 그로서리에서, 식당이나 술집에서 “Long time no see. How are you doing?”이라는 말이나 들으며 사는 것이 더 잘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예수도 고향에서 “Hey, What’s up!” 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욕심을 내 보자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그저 만나면 반가워하는 그런 사람이기를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삶은 고뇌라 한다지만 먼저 손 흔들며 웃어주는 사순절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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