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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 2022

2022 사순절 이야기 – 아홉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제 때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도록 만드셨더라.’

중학교 때, 교내 문학지에 시를 게재 했던 적이 있었는데 같은 학교를 다니던 어떤 녀석이 내 시를 당시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유명잡지에 녀석 이름으로 응모를 했고 내 시가 당선작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녀석이 누구인지 또 내 시가 당선 되었다는 것도 알지 못 했지만 친구들이 흥분해서 이야기 해 준 덕에 알게 되었고 친구들이 누구라고 알려 주었지만 나는 그 녀석에게 한 마디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고 그저 쓸쓸하다는 생각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왜 갑자기 중학교 때, 반세기도 더 넘은 날의 기억이 지금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하나님께서 제 때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도록 만드신’것이었는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코헬렛은 이어서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마음을 주셨지만,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여 어떻게 일을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녕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 시를 훔쳐간 녀석의 멱살이라도 잡고 면상이라도 한 대 갈겨 주었어야 했던 것인지…

내 것을 도둑맞았을 때, “알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 제 때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도록 만드신 거야”라고 해야만 하는 것인지가 하는 생각이 가슴을 섬뜩하게 합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저 입 닥치고 엎어져 있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만일 그랬더라면 예수는 결코 그리 죽지는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사순절 아홉 째 날에
삯꾼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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