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24 2022

2022 사순절 이야기 – 스물

‘부귀영화를 아쉬움 없이 하느님께 받았으면서도 그것을 마음껏 누려보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물려주는 일이 있다. 헛되다뿐이랴! 통탄할 일이다.’

코헬렛이 ‘누려보지 못하는 부귀영화’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니 반감이 드는 것은 누려보지도 못하게 할 것을 왜 주었는냐 하는 것이며 누려보지도 못할 것이라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예전 어르신들께서 “재물이란 버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는 법이란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되살아납니다.

결국 재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버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다’고 하니 ‘부귀영화재물’은 버는 놈의 것도 아니고 쓰는 놈의 것도 아니라는 말인데… 버는 놈은 죽도록 벌어 모으는 것으로 끝나 버렸으니 자기 소유가 아닌 것이고, 쓰는 놈은 아까운 것 없니 펑펑 써 버렸으니 자기 소유가 아닌 것인데 그렇다면 그 ‘부귀영화재물’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의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헬렛은 ‘헛되다’라고 하면서 더하여 ‘통탄할 노릇이다’라고 했다지만 어쩌면 모아놓은 ‘부귀영화재물’은 결국 ‘받은 자’들 가운데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나라의 시황제나 이집트의 파라오가 자기를 위해 무덤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자신들이 이룩한 ‘부귀영화재물’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었다면 죽은 자의 무덤 속에 갇혀 번 놈도 쓴 놈도 모두 가지지 못하는 통탄할 일로 묻혀 버릴 것이 아니라 산자들의 삶속에 남아 모두가 소유자가 되는 ‘부귀영화재물’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버는 자도 쓰는 자도 소유 할 수 없지만 받은 자들의 삶속에 남아있는 하나님의 선물이 되도록 내 것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순절 스무째 날에
삯꾼 장호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