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일은 전에 있던 일이요, 앞으로 있을 어떤 일도 전에 있던 일이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마냥 그 일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새벽에 하루가 시작되고 중학교 아이들을 태울 때가 되면 오늘은 또 얼마나 잔소리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 오후 모에즈를 내려 주면서 ‘버스 안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 항상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멀리 떨어진 좌석에 앉은 아이들과 소리치며 이야기 하지 마라. 필기도구는 절대 꺼내지 마라…’하는 잔소리를 한참 늘어 놨는데…
7학년 모에즈는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내 버스를 타기 시작했으니 2년 하고도 반년을 탔건만 아직도 매일 같이 똑같은 잔소리를 해야 합니다.
잔소리를 할 때는 알았다고 안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지만 (사실 내 버스를 타는 아이들은 다 착합니다. 말 안 듣고 우기며 대들고 버티며 사고치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난 참 복 받은 사람입니다) 귓등으로 듣는 것인지 잊어버리는 것인지 아니면 떠들고 싶은 유혹이 그리도 강렬한 것인지 다음 날이 되면 또 다시 처음부터 똑같은 잔소리를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코헬렛은 하나님 하는 일이 항상 같은 일의 되풀이 replay 일 뿐이라고 하는 가 봅니다.
하지만 중학교 때 그리도 장난을 치며 떠들던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고등학생이 되면 언제 그랬나는 듯 점잖고 의젓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하나님 하는 일이 항상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하나님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 하는 일이 마냥 되풀이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자라서 의젓해 지듯 역사는 발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때로는 뒷걸음질을 치는 듯 보인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니 코헬렛이 말하듯 하나님 핑계 대지 맙시다. 하나님이 들으시면 ‘너나 잘해 이 인간들아!’ 라고 하시지는 않으실지…
사순절 열 첫째 날에
삯꾼 장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