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운명은 짐승의 운명과 다를 바 없어 사람도 짐승도 같은 숨을 쉬다가 같은 죽음을 당하는 것을! 이렇게 모든 것은 헛되기만 한데 사람이 짐승보다 나을 것이 무엇인가! 다 같은 데로 가는 것을! 다 티끌에서 왔다가 티끌로 돌아가는 것을! 사람의 숨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숨은 땅 속으로 내려간다고 누가 장담하랴!’
‘Blessing of the Animals Sunday’ 가 있습니다. 굳이 번역 하자면 ‘동물축복주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기독교에서는 매년 10월 4일 St Francis of Assisi(아시시의 성 프란시스) 축일을 전후로 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짐승에 대한 존중은 비종교 영역에서도 ‘World Animal Day’를 정해놓고 짐승의 권리를 보호 해 줘야 한다는 운동을 전개 하고 있지만 혹자는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짐승까지… 다 먹고 살 것이 넘쳐 배부른 놈들이나 하는 짓이야’ 라는 비아냥 섞인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 바가 뭐가 있냐!’라는 코헬렛의 말이 사람을 짐승으로 낮춰 보는 것이기 보다는 오히려 짐승을 사람과 같은 피조물로 동등하게 보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짐승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짐승의 권리’ 짐승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켜 주는 일이 곧 사람을 살리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물론 숨이 ‘올라가고 내려간다’는 그곳, ‘위’ 또는 ‘아래’라고 하는 곳이 있기나 한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다 티끌에서 왔다가 티끌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피어나는 꽃 한 송이까지도 모두 함께 살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그저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 바 없이 다 헛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로 보살피고 보듬어 안아 줘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것들이 권력을 쥐고 흔들며 떵떵거리고 있는 오늘의 세상에서는 더욱 함께 살아가는 짐승에 대한 배려가 절실 하리라 생각 합니다.
고기 좀 덜 먹는다고 죽지 않으니 말입니다.
사순절 열 셋째 날에
삯꾼 장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