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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 2022

2022 사순절 이야기 – 열 다섯

‘걱정이 많으면 꿈이 생기고 말이 많으면 우매한 자의 소리가 나타나느니라’

시경에는 輾轉反側(전전반측)이라는 시구가 나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잠이 들지 못해 뒤척이는 것입니다.

푹 깊은 잠이 들지 못하는 날들입니다. 꿈이 많아서 그런 가 봅니다. 자려고 누워 “웬만하면 좀 재미있는 꿈을 꿔보자”라고 해 보지만 마음껏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 다니는 꿈이라든가, 통일열차를 타고 평양을 지나 압록강 철교를 건너는 꿈 같은 것은 꾸지 못하고 늘 누군가 누군가를 슬픈 고통 속에 몰아넣는 꿈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코헬렛은 꿈이 생기는 이유가 걱정이 많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혀 걱정 없이 산다면 꿈, 그것도 가슴 아픈 꿈을 꿀 이유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고민도 걱정도 생각도 없이 산다면 꿈도 꾸지 않고 잠을 푹 잘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잠 못 들어 뒤척이며 전전반측 하더라도, 때로는 나를 대적하는 자들에게서 ‘우매한 자의 멍청한 소리’라는 말을 듣게 되더라도 해야 할 말은 하고, 해야 할 걱정은 하며 살겠습니다.

예수가 그리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사순절 열 다섯째 날에
삯꾼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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