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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 2018

2018 사순절 이야기 – 스물세 번째 편지

잠언 14:4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지만, 황소의 힘을 빌려야 소출이 많아진다.>

아이들은 스쿨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지저분하게 흘립니다.

스쿨 버스 안에서 뿐 만이 아니라 아이들은 어디서든 늘 가만있지 못하고 시끄럽게 떠듭니다. 매일 스쿨 버스 안을 쓸고 치우지만 아이들이 타고 내린 자리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휴지가 버려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연필, 가방, 모자나 장갑, 자켓이나 악기, 전화기나 장난감 심지어는 신발을 놓고 내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모두 집에 내려주고 돌아 올 때면 스쿨 버스 안은 조용합니다. 엔진 소리나 바람 소리만이 들릴 뿐 더 이상 시끄럽지 않습니다. 떠드는 아이들도 없고 서로 밀고 당기며 장난 치는 아이들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타지 않으면 스쿨 버스 안은 깨끗합니다. 청소 해 놓은 그대로 누구도 흘리거나 더럽히지 않습니다.

아이라서 그렇습니다. 아이이기에 시끄럽게 떠들고 움직이고 장난하며 때론 싸우기도 하고 뭔가 흘리고 잃어버리고 더럽히고 그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 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없으면 스쿨 버스는 조용하고 깨끗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없는 스쿨 버스는 그저 ‘SCHOOL BUS’라고 쓰여진 버스 일 뿐 더 이상 스쿨 버스가 아닙니다.

외양간은 더러워야 합니다. 구유를 더럽힐 소가 있기에 외양간인 것입니다.

‘정치공작’, ‘음해’, ‘출마선언’, ‘진실공방’, ‘왜곡보도’, ‘막말공세’, ‘흠집내기’, ‘내연녀’, ‘성추행’, ‘이명박 소환’… 온갖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은 시끄러워야 합니다. 시끄러움이 없으면 세상은 조용해 지겠지만, 그 시끄러움이 있어야 내일이라는 소출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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