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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 2018

2018 사순절 이야기 – 서른 번째 편지

잠언 20:14
<물건 살 때에는 “나쁘다, 나쁘다.” 하다가도 돌아와서는 잘 샀다고 자랑 한다>

미국에서 흔히 하는 말 중에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직업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 첫 빼는 정치인이고, 둘째는 변호사이며 셋째는 자동차 딜러라고 합니다.

정치인이나 변호사는 만날 일이 별로 없지만, 자동차 딜러는 이곳에 새로 오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만나야 합니다. 물론 새 차를 산다고 하면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지라 중고차를 사게 되고 그러자면 어떻게 속지 않고 싸게 살 수 있을까하는 전략이 필요 합니다.

일단, 붙여진 가격을 다 주고 사는 것은 반역(?)행위입니다. 물론 딜러 역시 그 가격을 다 주고 사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전략이 있지만, 가장 중요 한 것은 문제점을 찾아내서 “이거 봐라, 이런데도 그 가격이라니. 말도 안 된다.” 라고 한 번에 결정타를 날리고 내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 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 자동차의 약점을 잡아내고 나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 할 수 있고 적당히 줄어든 가격에 자동차를 살 수 있습니다.

간단히 “나쁘다, 나쁘다”를 앞세우는 ‘저평가’ 전략인 것입니다.

이곳 학교는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인 4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악 과목을 개설 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정해진 요일에 중학교로 가서 연주 연습을 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 또는 세 번, 한 시간에 걸쳐 각자 정한 악기를 연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년이 끝날 때 부모들을 초청해 연주회를 합니다.

물론 집에서 혼자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연습하는 시간외에는 별도로 연습을 하거나 지도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학년 동안 연습을 했다고 하지만 그 수준은 한국 사람들의 기준에서 보면 “허이구, 유치원 학예회도 저거보다는 낫겠다.”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삑삑 찍찍, 빽빽 대는 연주회가 끝나고 나면 부모들과 교사들은 아이들을 향해 극찬을 쏟아 냅니다. 매년 하는 말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연주회 중에서 이번이 가장 잘 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잘 했다, 잘 했다”를 외쳐주는 ‘고평가’ 전략인 것입니다.

‘저평가’ 전략으로 자동차를 사고 나면 ‘잘 샀다’ 하는 생각에 흐믓 해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차를 되 팔아야 할 때 나 역시 누군가의 ‘저평가’ 전략에 당하게 됩니다.

‘고평가’ 전략으로 아이들에게 ‘잘 했다’라고 칭찬 해 주면 언젠가 그 아이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잘 했다’라는 말로 자신감을 심어 주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를 사는 일에는 오늘의 돈을 위해 ‘저평가’ 전략이 통할지 모르지만, 아이를 기르는 일에는 ‘고평가’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내일의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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