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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 2018

2018 사순절 이야기 – 스물여섯 번째 편지

잠언 17:12…
<차라리 새끼 빼앗긴 암곰을 만날지언정 미련한 일을 행하는 미련한 자를 만나지 말 것이니라.>

서경<書經>에는 오복<五福>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첫 번째 복은 수(壽)로서 천수(天壽)를 누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부(富)로서 풍요로운 재물이며, 세 번째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강령(康寧)이며, 네 번째는 유호덕(攸好德)으로서 남에게 베풀고 돕는 선행과 덕을 쌓는 복(福)이며, 마지막으로는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평안하게 죽는 복(福), 고종명(考終命)이라고 한답니다.

이렇게 보면 결국 복이라는 것이 모두 자신에 관한 것일 뿐입니다. 내가 건강하고 풍요롭게 덕을 베풀며 천수를 누리고 고통 없이 잘 죽는 것이 복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내가’로만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천수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많은 현상과 일들이 있고, 재물을 모을 수 없는 경제적 구조, 깨끗한 마음으로 살 수 없게 만드는 세상의 부당함, 베풀고 나누는 것이 오히려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사회 그리고 혼자 편히 눈을 감기조차 미안하고 부끄러운 역사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결국 세상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복’이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것, 또한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삶을 위협하는 위험들을 제거하여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독점적 자본주의를 개선하여 모두가 고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들며, 세상의 부당함을 청산하고, 나눔이 존경받는 사회,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확신하며 죽을 수 있는 역사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복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이 모든 아름다운 일들을 함께 만들어 갈 지혜로운 사람들, 같은 마음으로 함께 세상을 걸어 갈 귀한 동지들을 만나는 것이 세상을 살며 얻어야 하는 진정한 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생길에서 미련한 자를 만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새끼 빼앗긴 암곰을 만나는 것이 더 낫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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