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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 2018

2018 사순절 이야기 – 스물네 번째 편지

잠언 15:6
<바른 사람의 집안에는 재물이 쌓이고, 악한 사람의 소득에는 걱정이 따른다.>

고백하건데 어려서 도둑질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초등학교나 중학교 저학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동네 가게에서 식용유를 훔쳤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쩌면 집에 식용유가 떨어 졌던가 봅니다. 그러니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고자 내 딴에는 그런 짓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머님께 가져다 드리며 자랑을 했을 테고, 늘 집에 계실 수 없으셨던 아버님께서 마침 그 때 집에 계셨었고,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시고는 다른 아무 말씀 없이 “다시 갖다 줘라”라는 뜻으로 말씀 하셨습니다. 누구와 같이 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식용유를 들고 그 가게로 가서 ‘잘못했다’는 말과 함께 돌려 줬다는 것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어려서 가난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풍족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아버님께서 의문사를 당하신 이후는 경제적으로 쉽지 않아 학업을 중단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 했던 적도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먹을 것이 없어 굶었던 기억이나 잠자리가 없어 노숙을 해야 했던 기억 역시 없습니다.

<바른 사람의 집안에는 재물이 쌓인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재물을 쌓아 놓고 살아 본 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내가 그리 바르게 살지 않았기에 그런 가 봅니다. 하지만 이명박이 소환되는 것을 보면서 또 이재용의 꼴을 보면서 <악한 사람의 소득에는 걱정이 따른다.>는 말은 틀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가끔은 특히 겨울 새벽에 스쿨 버스 운전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이 싫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먹을 것이 있고, 잠자리가 있으며, 사랑으로 함께 하며 소리 없이 도와주는 동지들이 있기에 어머님께서 늘 하셨던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는 것 봤냐?”는 말씀이 틀림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긴 먹고 남아 숨겨두고 두려워 떨며 밤잠을 설치는 것은 결코 ‘재물을 쌓아두는 것’이 아닙니다. 살 만큼 먹을 입이 있고, 잘 만큼 평안함이 있고, 줄 만큼 나눌 마음이 있는 것이 ‘재물을 쌓아 두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쌓아 둔다 하더라도 사람은 결코 하루 세끼 이상을 먹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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