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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 2018

2018 사순절 이야기 – 서른여덟 번째 편지

잠언 28:28

<불의한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사람들이 몸을 숨기지만 그런 자들이 망하면 의인이 세력을 편다.>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송(宋)나라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습니다. 속이지 않았고 공손하며 술 맛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술이 팔리지 않아 늘 시어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속이 상한 술 파는 자가 양천에게 이유를 묻자 “집에 기르는 개가 사납냐?”고 묻습니다.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되묻자 양천이 대답합니다.

“아무리 술 맛이 좋은 들 무서운 개가 가로 막고 있으니 사람들이 개를 두려워하여 술을 사러오지 않는 것이다.”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잘 빚은 술 만큼이나 맛있고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가로 막고 있는 박정희의 ‘한국적’은 결국 ‘민주주의’를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아니 접근조차도 할 수 없는 박물관 유리장 안의 전시물로 만들어 놓았고 결국 ‘민주주의’는 시다 못해 쉬어 내버리게 되고 말았습니다.

‘정의사회구현’이라는 구호가 나라 곳곳에서 휘날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의’라는 고귀한 명제는 모두에게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잘 익은 술과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 구호를 전두환이 지키고 있는 한 어느 누구도 감히 ’정의시회구현‘을 사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정의‘라는 상표가 붙은 ’불의‘의 술은 썩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떤 자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기, 자유를 선언 한다’는 주제를 야심차게 내 걸고 ‘자유지성인 대회’라는 것을 하면서 “자유라는 언어를 발성을 하면 소리가 들리게 되는 그런 시대의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합니다.

<불의한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사람들이 몸을 숨긴다> 악랄하게 물어뜯는 개를 세워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들이 망하면 의인이 세력을 편다> 이제는 누구나 잘 익은 술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나 소나 다 ‘의인’이라는 상표를 이마에 붙이고 달려들어 술 독을 통째로 엎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불의한 자들이 망하고 의인들이 세력을 펴는 세상, 진정 의인이 누구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친일하던 자들이 해방이후 독립군 모자 하나 눌러쓰고 항일투사로 변신했던 역사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던져 주었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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