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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 2017

2017 사순절 이야기(20)

 2017 사순절이야기 – 이수욱

3월 23일 새벽 3시 45분 새월호가 수면위로 나왔습니다
이틀만에 수면위로 올릴 수 있는 배를 왜…
1073일이나 두었는지, 가슴을 치며 묻고 싶은 국민들이 모두 지켜볼 겁니다
촛불 집회로 대통령 무혈 퇴진 운동을 성공시킨 우리는 지켜볼 것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저희집 큰애 상범이가 -스토어스 교회 다닐 때 초등 5학년이었던- 일주일 뒤에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었습니다
점심 약속 장소로 가던 중 양희은/김승현의 여성시대에서 세월호 소식을 전했습니다
같은 나이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모두 그랬을 겁니다, 손이 떨려 운전도 못하고 길옆에 차를 세웠습니다
다급한 뉴스와 시청자들의 현장 제보를 전하던 십분 쯤 뒤에, 거짓말처럼 ‘여러분, 모두 구조됐답니다!’
광복절이 그랬을까요? 라디오 안에서도 길에서도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고 저는 혼자 차안에서 박수를 마구 쳤습니다
그날 오다 말다 하던 가랑비조차 기쁨의 세레모니로 느껴졌습니다

 

그 상범이가 올해 군대를 가고 이틀 전에 5주 훈련을 마쳐 첫 면회를 갔습니다
같이 이 나라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어야 할, 바람이 된 그 아이들의 세월호는 바다 속에 1073일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듣고 듣고 또 들은 그 이야기 이제 지겹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이 이 나라 모든 사고를 어떻게 책임지냐’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내내 고향이라 말하기 부끄러운 대구에선 종종 그런 말을 듣습니다
그래서 더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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