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30 2017

2017 사순절이야기 (26)- 선영아 사랑해: 행복에 대한 고찰

선영아 사랑해: 행복에 대한 고찰

 

안녕하세요

모르실 분들을 위해 제 소개부터 간단히 하자면 저는 스토스 한인교회에 2013 년부터 인연을 맺은 유콘 마케팅 교수 박희목 입니다. 2017년 3월 30일 현재 한국은 매우 시끄럽습니다. 극심한 미세먼지에 콜록대며 구속 vs. 탄핵취소로 나뉘어 싸우고 있습니다. 비록 과도기라 말할 수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누가봐도 결코 행복한 사회가 아닙니다. 누구나 그랬듯 저도 목에 핏줄 세우며 한국 사회의 잘못된 점을 지인들 앞에서 실랄히 비판했습니다…그러던 중 갑자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난 잘 하고 있나? 과연 난 행복한가?

지난 봄 우리 가족에겐 또 하나의 천사가 내려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박다빈이라 소개했습니다. 우리는 기뻤습니다. 하지만 천사는 이상하게 밤에 잠을 안 잤습니다. 걷지도 심지어는 기지도 못했습니다. 똥 오줌도 못 가리고 말도 못해 울면 왜 우는지 당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천사를 보살피던 엄마는 이내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full time job이 있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다빈이를 맡겼습니다. 그런 엄마는 매일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통을 저에게 호소했지만 저는 “모성애”란 사회적 장치하에 그녀의 고통을 당연시하고 그녀의 호소를 무시했습니다. 심지어는 엄마가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했을때 저는 “아기를 너무 안 안아서 아픈거 아냐?” 라는 입에 담기 힘든 망언을 퍼부었습니다. 이 대화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저희 부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다툼을 이어갔고 간혹 다툼이 없는 날은 사랑해서가 아닌 고된 삶에 지쳐 다툴 겨를이 없는 경우였습니다. 그나마 간혹 우릴 뭉치게 했던 건 박근혜였습니다. 저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나름 가정일 (설거지, 청소, 빨래, 요리 등등)에 적극 참여하고 힘든 엄마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왜 엄마는 언제나 불만일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저는 만점 아빠에 남편인데 왜 정작 그녀는 불평일까. 결혼 10년 차이지만 결혼 후 저를 언제나 괴롭히던 난제였습니다. 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무엇을 했냐구요? 더 많은 가정일을 했습니다. 매년 제가 하는 일은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불평은 이상하게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이 계속 이어지던 중 최근들어 엄마는 정신적 치료를 위해 심리상담가도 찾아가 치료를 받아 보았습니다. 심리상담가는 엄마에게 부부간 정서적 교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게 문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람에게는 감성 탱크가 있는데 엄마의 감성 탱크는 언제나 고갈 상태였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속으로 “돈오점수! 유레카! 바로 이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스스로를 뒤돌아 봤습니다. 저는 이 가정의 일 잘하는 하인이었지 훌륭한 남편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엄마를 모진 비바람에도 꿋꿋히 아이들을 지켜내는 슈퍼 우먼으로 생각했지 때론 외롭고 약할 수 있는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감성의 인간으로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들어 저는 엄마가 아닌 “그녀”의 말에 좀 더 귀기울이려 노력합니다. 그녀에게 칭찬과 배려 그리고 고마움을 표현하며 그녀의 감성을 어루만지려 노력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매주 식탁에 꽃 한다발을 꽂아 놓기도 합니다. 요즘들어 그녀가 서서히 바뀌는걸 느낍니다. 그전에는 설거지 요리 청소 다 해도 테니스 한번 치러 가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그녀가 비가 와서 테니스 못치겠다고 걱정해 줍니다.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녀가 행복하니 저도 행복했습니다. 물론 속단하기 이르지만10년동안의 난제가 서서히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의 인생목표는 돈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권력을 누리고 싶은것도 아닌 행복한 삶입니다. 그런데 모순적으로 저는 제 주위 사람들의 행복에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의 행복은 나만 잘 살면 되지가 아닌 그녀의 행복 그리고 좀더 나아가 사회의 행복과 결코 별개가 아니란 것을 몸소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대통령도 보다 많은 사람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되야겠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 지금 여기 행복하신가요?

 

 

2 ping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