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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 2017

2017 사순절 이야기 (40)

 

그리스 신화 중에는 시지프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들에게 벌을 받아 무한지옥에서부터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산꼭대기에는 그 바위를 멈추거나 세워둘 공간이 없고 결국 바위는 굴러 떨어지고 맙니다. 그러면 그 바위를 다시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하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형벌을 받은 자 입니다.

이 형벌을 끝내려면 둘 중 한 가지가 필요 합니다. 하나는 시지프스의 삶이 끝나면 됩니다. 하지만 신화는 결코 시지프스를 죽게 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바위가 더 이상 굴러 떨이지지 않도록 산꼭대기에 바위를 얹어 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그 역시 가능하지 않습니다. 잠시라도 밀기를 멈추는 순간 바위는 다시 굴러 떨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시지프스 보다 먼저 산꼭대기에 올라가 자리를 만들어 주면 됩니다. 물론 화려한 조명은 시지프스가 받을 것입니다.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밀어 올려 우뚝 세워 놓은 시지프스에게 모든 칭송과 찬사가 그리고 승리의 영광이 쏟아 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시지프스에 앞서 산에 올라 맨 손으로 산봉우리를 깎아 내고 바위를 세워 둘 자리를 만든 자들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 역시 수 많은 희생을 치루면서 자유와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산꼭대기를 향해 간신히 밀어 올린 대한민국이 다시 굴러 떨어지는 경험을 되풀이했었기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로가 자신이 대한민국을 밀어 산꼭대기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외치는 자들의 모습에서 시지프스의 신화가 다시 떠오릅니다.

부활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먼저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택한 예수와 같은 자가 왜 우리에게는 없는지, 안타까움의 무덤 속에서 웅크리고 기다리는 사순절의 마지막 날입니다.

  • 2017년 사순절의 마지막 날입니다. 
  • 그간 사순절 이야기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가슴 뜨거운 고마움을 전합니다. 
  • 내일의 부활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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