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월 26 2015

사순절 2015 – 아홉번째 이야기: Live Free or Die, 나는야 자유부인

안녕하세요, 간신히 졸업미션을 완수하고 메사추세츠로 간 기현애미입니다. 메사추세츠 이웃 주(state)인 뉴햄프셔로 들어가는 길에 보면 “Welcome to New Hampshire, Live Free or Die” 라는 표지가 눈에 띄입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뭐 이런 어조 같은데, 한 주의 모토로 쓰이기에 참으로 강한 느낌을 줍니다. 요즘, 저는 그야말로 이 모토에 걸맞게 죽기살기로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유치원 입학 이후 처음으로 아침출근/오후퇴근의 규칙을 깨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요리하며 살고 있습니다. 벌건 대낮에 낮잠도 자고 재미있다는 한국드라마도 다 챙겨보고 새식구가 된 강아지 럭키랑 산책도 가고 저녁때는 피트니스에 운동도 갑니다. 물론 그와 동시에 동거남 김씨와 김군에게 퍼붓는 잔소리도 삼만배정도 늘었습니다^^

저도 엄마를 닮았는지. 저희 엄마는 잔소리가 참 많습니다. 아직도 전화통화를 할때면 남편이랑 애 밥잘챙겨 먹이는지, 눈이 많이 왔다니 밖에 나가지 말고 걸어다닐때도 조심하라는 등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 소소한 엄마표 잔소리를 하십니다. 지금은 엄마잔소리가 참 정겨워서 정신사나울때면 엄마 잔소리라도 들어야겠다 하곤하지만 어릴땐 참 그 A to Z참견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제 유일한 목표는 오로지 ‘자유와 독립’이었습니다. 서울서 나고 자라던 제가 고 3때 최대한 집과 멀리 떨어진 부산과 제주에 있는 모대학에 지원하겠다고 원서를 사왔다가 담임에게 또라이 취급 받고, 결혼만이 독립의 길이라고 생각해서 25살에 김모씨에게 결혼하자고 졸랐다가 퇴짜맞고, 마땅히 결혼후에도 줄줄이 이어지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있자니, 과연 이 세상에 영원한 독립과 자유는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납니다.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참 많은 구속과 잔소리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내 발목을 잡고, 돈과 직장이 나를 얽매고, 매일매일의 스트레스가 내 뒷목을 잡습니다. 이 소소한 구속도 다 감당하기 힘든데 근본없는 정치, 천민자본주의, 서민세 증세, 복지축소 등등 할 것 없이 우리 삶을 쇠사슬로 얽매고 또 얽매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척박함 속에서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정의와 자유를 꿈꾸는 것을 보면 신은 우리에게 자유에 대한 의지와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능력을 주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순기간은 예수님이 부활하기 전까지 40일동안 겪으신 산넘고 물건너 바다건너 수중전 공중전을 거치시며 고난과 시련을 인내로 이겨내신 기간이라고 합니다. 거친 광야를 지나 마귀의 시험을 거쳐 마침내 얻게 될 부활의 기쁨을 우리도 언젠가는 우리 삶에서 함께 느낄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날까지 우리 건강하게 지혜롭게 끈질기게 잘 버텨봅시다.

live-free-or-die1

6 ping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