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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 2013

2013 사순절 이야기-05-Suspension


Suspension을 받아 일을 못하게 된 덕에 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침에도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덕분에 밤에도 12시만 넘으면 불안한 마음으로 ‘5시에 일어나려면 이젠 자야돼, 자야돼, 자야돼’ 하는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에는 자기 전에 내일 아침 얼마나 추울까 옷을 몇겹 끼어 입을까를 염려했지만 이제는 춥거나 말거나 별 상관이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파자마와 로브 차림으로 컴을 켜고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아내가 내게 무어라 말을 하고 싶어 할 때도 예전에는 삼십분이면 나가야 하는데, 이십분이면 나가야 하는데, 십분이면… 했었지만 이제는 털썩 주저 앉아 아내의 이야기가 끝날 때가지 ‘됐어, 이제 가!’라고 말 할 때까지 마주 앉아 아내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음껏 마셔도 됩니다. 평소에는 한 잔 마시고 두 잔째 마시고 싶으면 ‘안돼 운전 해야해, 운전 해야해…커피 마시고 싶지 않다. 마시고 싶지 않다.’ 라는 주문을 외우며 나를 달래야만 했었습니다.

일요일 Beer-talk을 할 때도 연신 시계를 처다보면서 11시 종이 울리면 스쿨버스 운전사로 변해 버리는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됩니다.

Suspension이 가져다 준 온갖 이로운 것들을 만끽하다가 문뜩 그럼 내가 잃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첫째, paycheck을 잃었습니다. ㅊㅊ
또한 둘째, 매일 아침 서현이와 이 선생님을 만나는 기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셋째…. 셋째…. 셋째….

생각을 해 보니 suspension은 내게 잃은 것 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은 얻을 것을 주었습니다.
물론 금요일 새벽 4시 50분 종이 울리면 다시 스쿨버스 운전자로 변해 버리겠지만… 그래도 그 때까지는 suspension을 즐기렵니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하렵니다.
“살다보면 이런 좋은 때도 온단다.”

사순절…. 우리 모두에게 닥쳐온 suspension이 여러분 모두에게 잃을 것 보다는 더 많은 얻을 것을 가져다주게 되기를 빌어봅니다.

장호준

3 comments

  1. 아이들이 다른 드라이버에게 겁 잔뜩 먹었나 보군요…ㅋㅋ
    아이들인데 떠드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금요일 아침은 못하고요 리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고하니까 오후부터는 할 수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뭘 재교육 시키려는지 무척 궁금하답니다. ㅋㅋ

  2. foster

    목사님이 서현이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이 목사님을 그리워한데요… 버스에서 정말 작은 위스퍼 밖에 못한다고 불만이 많다고…. 오늘 아침에 버스가 10분 정도 늦게 왔는데, 다름 엄마들도 Mr. Chang 언제 오느냐고 저에게 묻더라고요…. 목사님의 복귀날을 다들 기다립니다^^

  3. 제가 글 올리기 표를 잘 못 만든 바람에….
    제가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금년에는 살짝 빠지려고 했었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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