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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2 2009

하나님 자리-거룩한 곳

거룩할 “성”자가 붙은 것들이 많이있다.
성체, 성구, 성물, 성미, 성자, 성가, 성지, 성전(성당), 성일, 성혈, 성사, 성배, 성상 물론 성부, 성자, 성령까지… 이들 중에 성전이나 성지라는 것은 장소를 의미하는 것인데 기독교에서는 교회를 성전이라칭하면서 “거룩한 집”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있는 대로 성전이라는 개념은 다윗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 군사, 종교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위한 산물이었을 뿐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님 자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교회를 거룩한 곳, 하나님이 계신 곳이라고 우겨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무한하심을 구속하려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이며 더 나아가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을 성과 속으로 구분하려는 몰지각한 믿음의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몰지각의 결과는 교회는 거룩한 곳이며 교회 밖은 거룩하지 않은 곳이라는 이분법적 차별을 강요하게 하였던 것이다. 성지 즉 성스러운 땅이라는 개념의 예루살렘에 대한 부적당한 이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예루살렘은 거룩한 곳이며 예루살렘이 아닌 곳은 속된 곳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만들어 내게 하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하는 “성…”이라는 개념을 깊이 새겨본다면 기독교가 성과 속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생각인가 하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구약성서에서 모세가 “이곳은 거룩한 곳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곳은 기독교가 주장하는 성별된 거룩한 곳, 스테인 그라스로 장식된 곳이거나 휘장으로 가려지고 구별된 어떤 특정한 자리가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한 모퉁이에서 였다.
이 사건을 통해 오늘 우리는 진정한 하나님 자리, 거룩한 곳이 어디인지를 바르게 보아야 할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 강도 만나 쓰러진 사람의 곁을 지나쳐버린 제사장이나 레위족에게 있어서는 피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은 속된 존재였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스스로 거룩하다고 자부했던 그들은 자신들이 세워 놓은 거룩함과 속됨의 기준에 따라 죽어가는 그 사람을 돌보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구별의 기준을 가차없이 무너뜨려버린다.

거룩한 곳은 하나님이 계시는 곳이다.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자리에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계시는 우리 삶의 모든 자리는 거룩한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기독교는 하나님의 자리를 돌과 시멘트로 쌓아 만들어 놓은 생명 없는 건물에 묶어 놓았다. 그리고 그 곳에 가면 하나님이 있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이미 말 한 것과 같이 하나님의 자리는 우리 삶의 모든 자리이며 하나님이 함께하는 우리 모든 삶의 자리가 곧 거룩한 곳이 되어야 한다.

거룩한 곳은 찾아가는 하나님의 자리가 아니다. 성지 예루살렘, 교회, 성전등 그곳에 가면 하나님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에 가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거룩의 자리는 우리 삶속에서 만들어져가는 장소인 것이다.
내 삶이 하나님이 함께 하는 삶이 될 때 내 삶의 매 발자욱 자욱 마다 거룩한 자리가 되는 것이다.

또한 거룩한 곳, 하나님이 계시는 자리는 내 삶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속에도 우리는 거룩한 하나님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예언자는 폭풍과 천둥 그리고 땅을 울리는 거대한 소리 속에서 하나님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언자는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 속에서 하나님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그의 고백처럼 이웃 안에계시는 하나님의 자리는 크게 외치는 자의 자리, 나서서 자랑스럽게 떠들어 대는 자의 자리, 권력과 힘으로 큰 목소리를 내는 그들 안에서가 아니라 외치기는 커녕 감히 나설 수 도 없는, 입밖으로 소리내서 울부짖을 수조차 없어 가슴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흐느끼는 가녀림의 자리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리, 거룩한 곳은 찾아 가는 장소가 아니다.
내 삶의 매 순간순간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삶을 만들어갈 때 지나쳐가는 모든 걸음걸음이 하나님의 자리가 되는 것이며 이웃의 가녀린 흐느낌을 들을 수있을 때 하나님의 자리가 세상을 거룩한 곳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 발 내딛기를 두려워하는 장호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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