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월 31 2011

이상한 일…

어제 밤, 정확히는 오늘 새벽, 집에 돌아와 보니 입구에서부터 쌓여 있는 눈이 제 능력의 한계를 뛰어 넘어있었답니다. 이미 말씀 드렸던 것처럼.

새벽 한 시, 제 철저한 준비정신으로 집을 나설 때 이미 차에 실어 놓은 눈삽을 들고,
길 한 옆에 차를 세워둔 채, 한 시간 여의 사투를 벌이고, 마침내 자동차 꽁무니가 간신히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확보 된 후, 가까스로 뒷 걸음질을 하여 차를 세워 놓고 집에 들어온 때가 새벽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행으로 잔뜩 쌓인 빨래들을 털어 내 놓고 잠깐 눈을 감은 때가 새벽 세시 조금 못된 시각, 5시 반에 후다다다닥 나가서 얼라들 학교 데려다 주고 돌아온 시각이 9시 30분, 오늘은 고등학교 아이들이 하프 데이를 하는 덕에, 또 후다다닥 아침 먹고 11시 15분에 나가서 고등학교 아이들 집에 데려다 주고 잠깐 집에 들린 시각이 오후 1시 30분.

차에서 집까지 눈길을 터벅터벅 들어오면서 아무래도 한심한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래도 간신히 꽁무니만 걸친 것은 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구마구 드라이브 웨이를 치우고, 그래 봤자 이제 간신히 차 두 대 세울 공간 정도 밖에 안 되었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오후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려고 나갔었답니다. 물론 끝없이 펼쳐진 드라이브 웨이의 설경을 뒤로 한 채 말입니다.

오후 일 끝나고, 하필이면 오늘 또 저녁에 미팅과 밤에 교육이 있는 날인지라. 후다다닥 들어와서 옷 갈아입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비상등 딱 켜고 후진을 하는데… 어어어어 분명히 나는 자동차 두 대 들어갈 만큼 만 파 놓았었는데 거울로 비춰지는 드라이브 웨이는 두 대 거리에서 세대 거리로, 세대 거리에서 네 대 거리로 그러더니… 오잉, 눈이 다 치워 진 것입니다. 차고 앞까지!

제가 오후 일을 갔다 온 사이에 누군가가 제집 드라이브 웨이의 눈을 다 밀어 준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물론 누가 이렇게 해 주었는지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누군가 눈을 치워 주었다는 것입니다.

‘흠…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군.’하고 생각 했답니다.

바퀴 자국을 보니 일반 자동차는 아니고 트랙터 바퀴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디 멀리서 와서 치워 준 것은 아닌 것 같고, 이 동네 사람이 지나가다 보고서 ‘허이구, 저 한심한 녀석 좀 보게나’ 했었던 것인지, 여하튼 고맙죠. 그 눈을 저 혼자 치우려 했더라면, 삽 한 자루 굳게 쥐고 이틀은 족히 걸렸을 텐데 말이죠.

눈이 이상하게 오는 겨울인지라, 이런 이상한 일도 생기는 가 봅니다.
이상한 일,
누군가에게 이상 한 일,

저도 누군가에게 이상한 일,
누군가의 힘을 덜어주는 이상한 일을 이 겨울에는 해 봐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해 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상한 일…

자, 저는 또 나갑니다.
미팅이 7시에 시작하거든요.

3 ping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