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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5 2010

예수를 기다리다.

교회력에는 대림절이라는 절기가 있다.
성탄절 전 4 주간을 일컫는 절기이다.

이 기간은 예수가 세상에 태어나는 것,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는 것을 기다리는 기간이다.
물론 성탄절이 12월 25일 이라고 해서 예수가 태어난 날 즉 예수의 생일이 12월 25일 이라는 것은 아니다.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정한 것은 후대 로마교회의 결정에 의한 것일 뿐이다.

예수는 이미 2천년 전에 세상에 왔고, 이미 2천년 전에 죽었다.
그럼에도 대림절을 지키며 성탄절을 기다리는 것은 예수가 태어날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세상에 왔다는 것과 지금 세상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며 또한 지금 내가 기다리고 있는 예수의 모습, 지금 내가 바라보며 따라 살고자 하는 예수의 모습을 다시 새겨보기 위함인 것이다.

예수의 모습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곱슬머리, 검은 얼굴과 갈색 눈동자로부터 찰랑이는 갈색 머리, 하얀 얼굴과 파란 눈으로 바뀌어 왔다. 하지만 진정한 예수의 모습은 그림으로 나타내진 얼굴과 눈동자의 색깔이 아니다. 진정한 예수의 모습은 그를 어떤 존재라고 고백하며, 그에게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성탄절의 의미는 달라 질 수밖에 없게 된다.

어떤 이들은 병 고침 받기만을 바란다. 예수는 의사여야 한다.
어떤 이들은 예수가 로또 복권이다. 돈 벌게 해줄 것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일자리 얻기 만을 바라는 자들에게 예수는 취직 시켜주는 사장일 뿐이다.
예수는 오로지 합격 통지서이다. 그들은 합격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출세만을 바라는 이들에게 예수는 오직 진급일 뿐이다.
선거에 이기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당선일 뿐이다.
하지만 예수는 의사도, 로또도, 합격 통지서도 아니며 진급이나 당선은 더더욱 아니다.

세례 요한이 붙잡혀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때 그는 자기 제자들을 예수에게 보내어 물어보게 한다.

“오실 분이 당신입니까? 우리가 기다리는 분이 당신 입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사람을 기다려야 합니까?”

예수가 대답한다.

“너희들은 세례요한에게 가서 너희들이 보고 들은 것을 말해라.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듣게 되고,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가 복음을 듣는다.”

소경이다.
자기 욕심으로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눈먼 소경이다. 이념에 눈먼 자들, 재물에 눈먼 자들, 미움으로, 시기로, 분쟁으로 눈먼 자들, 권력에 눈이 멀어 국민이 보이지 않는 눈먼 자들, 그 멀어버린 눈을 뜨게 해 주는 이가 예수이다.

앉은뱅이이다.
삶에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은 채 일어나지 못하는 자들, 가진 것이 없어 뛰지 못하는 자들, 배운 것이 없어 달리지 못하는 자들, 분단의 철망에 가로막혀 주저앉아 버린 자들, 그들의 오그라든 다리가 펴지고 걸으며 뛰게 해 주는 이가 예수이다.

문둥병자이다.
그들의 피부색으로 더럽다고 천대를 받은 자들, 흑인이라고 히스패닉이라고 동양인이라고 따돌림을 받는 사람들, 성별 편견으로 냉대를 당하는 자들, 성적성향으로 차별을 당하는 자들, 그들을 더 이상 더럽다고 차별 하고 소외하지 못하도록 깨끗하다고 인정 해 주는 이가 예수이다.

귀머거리이다.
가진 것이 많아서, 아는 것이 많아서, 잘난 것이 많아서, 권력을 쥐었기에, 높은 자리에 있기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 귀먹은 자들, 국민들의 소리를, 촛불과 하늘의 소리들을 줄 모르는 귀가 먹어버린 자들의 귀가 열리게 해 주는 이가 예수이다.

죽은 자들이다.
희망을 잃었기에 죽은 자들, 삶의 목표를 잃고, 직장을 잃고 죽어버린 자들,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죽은 듯 살아가는 자들, 분단의 장벽으로 죽어가는 민족, 이념의 노예가 되어 죽어버린 자들, 집시법으로 보안법으로 죽어버린 자들, 그들의 죽어버린 삶을 다시 살아나게 해 주는 이가 예수이다.

가난한 자들이다.
직장을 잃어서 가난한 자들, 물려받은 것이 없어 가난한 자들, 빼앗을 줄 몰라 가난한 자들, 권력에 빼앗기고, 잘못된 역사에 빼앗겨 가난한 자들, 누울 자리가 없어 가난한 자들, 자유에 가난한 자들, 평화에 가난한 자들, 통일에 가난한 자들, 그들이 기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이가 예수이다.

기독교는 지금껏 찰랑이는 갈색 머리, 하얀 얼굴과 파란 눈의 예수, 그 이름으로 침략을 했고, 그 이름으로 약탈을 했으며, 그 이름으로 사람을 죽였던, 권력을 쥔 예수, 가진 자의 예수를 기다려 왔었다. 하지만 진정 바라고 기다리는 예수의 모습은 그것이 아니다.

지금 한반도, 한민족이 바라고 기다리는 예수는 소경을 보게 하며, 앉은뱅이를 걷게하고, 문둥병자를 깨끗하다고 인정하며, 귀머거리가 들을 수 있게, 죽은 자가 살아날 수 있게 그리고 가난한 자가 기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예수인 것이다.

2010년 성탄에 다시 예수를 기다린다.
검은 머리, 갈색 얼굴과 검은 눈동자의 예수, 죽어가는 사대강을 보게 할 예수, 분단으로 앉은뱅이 된 민족을 일으켜 세워 줄 예수, 이념으로 칠해진 세상을 깨끗하게 씻어줄 예수, 독재로 막혀 버린 귀를 뚫리게 해줄 예수, 권력으로 죽어버린 자유와 민주를 살려 줄 예수, 가난한 자들의 빼앗긴 역사를 기쁨으로 되돌려 줄 예수, 그 예수를 지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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