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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 2016

사순절 2016

또 사순절이 왔습니다. 올해는 소리소문없이 왔네요.
요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막둥이 털내미 재롱에 빠져 삽니다. 평소엔 귀찮아서 꼼짝도 하기 싫어하던 비루한 몸뚱이를 이끌고 여름이건 겨울이건 트레일이며 공원산책을 나갑니다. 밖에 나가는게 너무 좋아서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고 입이 쭈아악 벌어진 이녀석 모습만 봐도 제가 다 행복할 지경이거든요. 그런데 이녀석, 귀여운만큼 말썽도 많이 피웁니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반갑다고 점프를 해서 발자국을 찍어주질 않나, 미친듯이 이리 돌아오라고 이름을 불러대도 자기 가고 싶은데로만 신나게 뛰어가버리질 않나, 외출하거나 여행을 할 때마다 제약도 크고 어찌해야하나 고민을 해야하고…그래도 버려진 아기강아지를 입양해 키운지 1년반 정도만에 이제 김럭키라 불릴만큼 우리 한가족이 된 느낌입니다. 덕분에 우리집 아드님이 무관심 찬밥신세가 됐습니다.

이렇게 애교넘치는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개’와 관련된 욕은 자연스럽게 하지 않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구상에 개님만 못한 인간놈들이 반은 차고도 넘칠 것 같은데 말이죠. 또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학부모 모임처럼 동네의 강아지 부모들과 안면을 트고 말친구가 됩니다. 요즘 럭키에게 받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기쁨에 감사할 정도로 요녀석이 저희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개’는 구원받아 천국에 갈 수 있는가에 관한 갑론을박을 본적이 있습니다. 저는 나중에 하나님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꼭 제 반려견들과 함께 있게 해달라고. 왜 인간은 되고 동물은 안되는지, 왜 이성애자는 되고 동성애자는 안되는지, 왜 기독교인은 되고 비기독교인은 안되는지. 편가르기로 집단속에서의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자부심을 가질 순 있지만 그걸로 무시하고 차별하진 맙시다. 그럼 개님보다 못한 사람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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