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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 2015

사순절 2015 – 스물 한 번째 이야기

주한 미 대사 Mark Lippert 가 입원 중에 다시 읽었다는 책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이 회자되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다만 한국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일당 독재를 저지르며 국민들을 무차별 고문하고 탄압한 박정희의 자식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면서 ‘너희 나라 정치가 마르코스나 수하르토 수준 정도 밖에 안되냐?’ 하고 물어 볼 때 그 녀석 귀싸대기라도 후려 치고 싶었던 기억은 가지고 있다.

정신이 불안정한 극단주의자의 테러(?)에 대해 종북, 좌익 운운하며 온갖 오두방정을 떨어대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피해 당사자인 미국 대사가 ‘두개의 한국’을 다시 읽고 있다고 버젓이 광고를 했으니 이런 소리를 듣고도 낯 뜨겁지 않을 수 없는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구덩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어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는 아무런 말도 없다. 하긴 박근혜를 비롯하여 청와대에 있는 어느 종자도 이 책을 읽어보지 못 했을 테니, 미국 대사의 ‘엿 먹어라’ 라는 말에 ‘호박 엿 이예요, 깨 엿 이예요?’ 하는 듯한 입 헤벌린 표정을 짓고 있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기는 하겠지만, 제발 부탁이다. 옷 자랑 하러 다닐 시간이 있거든, 트레이너 데려다가 S 라인 만드는데 쓸 시간이 있거든 ‘Bruce Cumings’ 의 <Korea’s Place in the Sun: A Modern History> 까지는 아니더라도 ‘두개의 한국’ 정도는 좀 읽어라.

난 ‘The Two Koreas’ 를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았다고 해서 스쿨버스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하면 아니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었다면 이 정도의 책은 반드시 읽었어야 했을 것이다.

박근혜, 좀 배워라! 배워야 이게 어떤 ‘엿’인지 판단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다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거린다.

하긴 무엇을 기대하랴? 그냥, <사퇴해라!>

그리고 사순절인데 나로 하여금 <사퇴하라>는 소리 그만 좀 할 수 있게 해 주면 안되겠니? 하긴 그러고 보니 예수 역시 <사퇴하라> 는 소리 하다가 십자가에 달렸으니 뭐 어쩔 수 없다. 사순절 내내 <사퇴하라>는 소리나 해 대야지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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