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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2 2015

사순절 2015 – 서른 여덟번째 이야기

저는 아동학을 공부합니다. 나름 보육교사 자격증도 있고 미국에 오기전 10년 가까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나오는 어린이집 학대에 관한 뉴스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왜냐하면 자기표현이 부족한 어린 아이들이 그런 상황과 마주하고 있을 때 딱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공포와 무기력을 느끼는 것뿐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이제 범죄 가해자가 된 교사들에게도 나즈막한 동정이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벌써 15년이 훌쩍 지났네요. 제가 장애어린이 복지관에서 일을 했던 시간은 열정, 애정, 에너지로 가득 찬 시간이었습니다. 20대 중반이었기도 했지만, 제 일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때문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조금씩 지쳤습니다. 새벽일찍 출근해야하고 늦은 퇴근후에도 아이들에 대한 일지를 쓰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급여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컸습니다. 한참 취업준비를 했던 동생의 연봉은 제 연봉의 두배를 넘어서는 그것이었으니까요. 바로 대학원준비를 하기 위해 두해를 좀 못채우고 일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저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얼마나 척박한 상황에서 얼마나 최소한의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편 과잉노동시간을 강요당하고 질높은 재교육이나 교사 혜택 등이 빠진 어린이집 교사들의 심적, 물리적 스트레스에 공감이 갑니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밥이, 부모가, 그리고 하루를 함께 보내는 선생님이 그들의 온 세상이듯, 최소한 아이들이 먹는 밥과 따뜻한 부모와 인자한 교사에 대해서는 인색하지 않아야 합니다. 왜 이 사회는 아이들이 먹는 밥으로 정치적 힘겨루기를 하고, 왜 부모가 아이낳고 키우기를 어려워하게 만들며, 왜 교사를 봉급날만 기다리는 자존감없는 직업으로 전락시키는 사회가 되었습니까. 하나님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우라고 하셨는데. 하나님, 꼭 사랑만으로는 안됩니다. 아이들 점심 굶지 않게 밥도 주시고, 부모에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세상을 주시고, 지성과 감성으로 잘 무장된 자신감 꽉 찬 선생님도 주세요. 신아래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하셨지만 사람사는 세상에서 나눔없이 평등할 수 없습니다. 성장만 외치는 사회에서 분배는 종북이라는 저질개념은 이제 사라져야한다고 봅니다.

최소한 하나님 믿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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