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월 27 2009

반성문

지난 몇주는 마치 수년을 거쳐온듯한 아련한 느낌이네요. 아마도 제맘대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땅속 깊숙이 묻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랄까. 어떻게 원하지 않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는 건지… 애꿎은 하나님을 원망도 해보고, 스스로에게 화도 내보고(기현애미 말로는 자학 또는 자해모드라고 하더군요 ㅋ) 하지만 돌아오는건 냉엄한 현실.

하루에도 12번은 더 양극을 경험하는, 마치 날씨로 따지면 내가 혼자 떨어져 지내는 이곳 버팔로의 변덕스런 날씨마냥, 감정변화를 겪으며 괴롭고 또 고통스런 순간을 경험했었죠. 안타던 비행기를 탄답시고 온 가족 커네티컷에서 JFK로 마중나오라고 한것이 화근이었을까요. 왜 또 하필 우리가족 행차한 날에, 안그래도 복잡한 그동네에 공사판은 벌인건지…기현이는 카싯에 꼼짝없이 12시간을 묶인(?)채로 우리한테 끌려다녔고, 그덕에 독한 뉴욕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응급실에, 졸지에 입원까지…그걸로도 모자라 짱께버스는 3번이나 나를 바람맞히고는 돌아가는 비행기편까지 놓치게 만들고, 금전적 손실은 둘째치고라도 그 때문에 놓친 학교수업은 교수로부터 친절하게 Resign을 권고받고. 기현이 입원으로 기현모는 자체휴가에 돌입, 각종 시험과 과제물로부터 소원해지고…이사갈 집은 (그렇게 원하던)타운하우스에서 순식간에 플랫으로 변신하고, 담당자는 “그렇다”라고 얘기한적 없고 “그럴 것이다”라고 얘기했다며, 3번씩이나 미리 확인했던 기현모를 치매환자로 변신시키고…이사나가는 집은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던 터인데 마침 waiting list에 있던 사람이 들어온대서 좋아했더니만, 며칠전에 매니저가 그사람 못들어온다고 일방통보하는 센스쟁이로 변신하질 않나, 게다가 중간에 오너가 바뀌었는지 매니저도 매니지먼트 회사로 바뀌어 도통 어느 쪽도 우리 전화를 씹어주시는 황당상황까지 연출하시고…

기현이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브래들리 공항에 도착했을때, 스쿨버스 운전일정까지 취소하시고 마중 나오셔서는, 의사들이 지레 겁먹어 기현이가 입원까지 했다고, 곧 기현이 퇴원할거라고 담담히 위로해 주시던 목사님을 뵙고는, 마치 2년여 전 갑작스레 입원까지 해가며 출산하게 된 기현모를 위해서 또 우리 가족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던 목사님이 생각나더군요. 그 순간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 없었다던 기현모말을 떠올리며 불안으로 들썩이던 제마음도 이내 거짓말처럼 잔잔해졌죠.

다행이 기현이도 퇴원하고 예전처럼 잘먹고 잘싸고 잘까부는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있구요, 뭐 기현모도 어찌어찌 밤새가며 과제며 시험이며 말 그대로 서바이벌하고 있구요, 저도 교수한테 학점 할인(?) 좀 받는 대신 어떻게든 끝내겠다고 약속하고 계속 수강하기로 했구요, 집도 겨우겨우 연락된 예전 매니저한테 일단은 우리가 이사가는거는 문제없다는 구두약속은 받은 상태고…거짓말처럼 모든 상황이 정리되는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네요.

잠시 돌아보는 지금

평소 기도도 묵상도 제대로 않고 그저 하나님을 탓하기만 했던 제가 부끄럽기만 하네요. 또, 평소 내 주변만을 내 가족의 안위만을 걱정하던 이기적인 제 행동을 반성합니다. 애통한 자에게 복을 준다던 성경구절처럼 이번 일로 반성하고 복을 구하는 기회를 허락하닌 하나님께도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터프한 외모와는 달리 갓 구워낸 파리바게트 빵처럼 부드러움으로 우리 가족을 놀래키는 태연, 명진 두 총각한테도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네요. 염색약도 못사다줘 미안한데 오히려 기현이 걱정해주고 안부 챙겨주는 진원 총각도 넘 고맙고, 헌이 훈이 보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기현이 걱정해주는 소현, 윤 부부도 그렇고, 목소리만으로도 든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챙겨주는 늘곁에 두고픈 ㅋㅋ 민용, 혜원부부와, 금쪽같은 본인시간 쪼개가며 기현이 baby sitter 해주는 덕에 기현모 야간수업 근근히 듣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는 윤진, 준원부부한테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항상 키다리아저씨처럼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어디선가 누군가의 무슨일이 생기면 달려와주는 성호형, 혜준형수님^^ 감사하다는 말 말고 뭐 없을까요????

시차적응도, 발톱깎기도 적응하느라 고생이실텐데 그 와중에 기현이 챙겨주시는 우리 찰~스 교수님 수욱 싸모-행수님으로 급수정-님, 악어가죽보다 누이비똥 빽보다 더 질기고 빛나는 든든한 빽 인기성님 지영행수님…내가 참 복도 많아 ㅋㅋㅋ

모두모두 정말 감사하고 고맙고 또 사랑합니데이…그리고 또 한사람

목사님.

아직은 마냥 어린 제 인생에 감히 시대구분을 하자면 아마도 목사님을 알기전과 목사님을 알고나서로 나눌 수 있을거 같네요. (사실 그 전에는 기현모와 결혼 전 기현모와 결혼 후 였었는데 ㅋㅋ) 저처럼 신앙이 A4지처럼 얇은 사람은 신의 존재를 믿고 안믿고가 큰 걸림돌인데, 목사님의 말씀, 목사님의 실천을 듣고 보고 한것이 크게 와 닿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귀국하신 심교수님 내외께서 교회쇼핑한다는 말이 남일같이 느껴지지 않네요 ㅡㅡ;;

그저 목사님께는 죄송한 마음뿐입니다…기현이 낳고도 비슷한 마음이었는데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이 죄스런 마음은 우찌해야할지 쩝. 대신 평소에 잘 안하는 기도 열심히 하도록 힘써 볼게요(좀 많이 궁색하네요 ㅎㅎ)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데, 기현이도 부쩍 큰 느낌입니다. 말도 많이 는거 같고. 게다가 그녀석 병원신세덕에 저도 기현모도 하루종일 병실에서 같이 보낸 거 생각하면 그리 힘들었던 기억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아무튼 다들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서로한테 힘이되는 사람과 사람으로 남아서 기억될 수 있기를…

-눈비 오락가락하는 버팔로에서 기현애비

(아싸, 담주면 스프링 브레잌이다. ㅋㅋㅋㅋ)

10 pings

Skip to comment form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