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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4 2010

물방울 이야기

오늘 신 박사님, 심 선생님, 유경이, 유림이네가 이사를 했습니다.

시간별로 일정을 차~악 잡아서 멜을 쫘~악 돌리셨길래…
저는 밥 먹을 시간 따~악 맞춰서 갔더랍니다.
역시 예상 했던 대로 이미 이사짐 다 날랐고… ㅎㅎ

헤리케인 온다고 걱정을 했었는데
바람 살살, 햇빛 쨍쨍 …. “As good as…”

사람들은 가끔 ‘어디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난 혼자야’ 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가 있습니다.

느즈막히 밥만 얻어먹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웃고, 함께 밥을 먹으며, 함께 이사짐을 나르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써 놓았었던 글이 생각 났습니다.
해서 여기 다시 올려 놓습니다.

– 물방울들의 여행 –

어쩌면 사람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이상을 찾아 늘 떠돌아다니는 구름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물방울들이 있었습니다.
흩어져 살았지만 이리 저리 떠돌다가 같은 생각을 하는 물방울 몇몇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 물방울들은 서로 모여 세상 저 끝 어딘가에 자기들과 같은 이상을 품고, 같은 사랑을 하는 물방울들이 있을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구름이 되어 길을 떠났습니다.

길을 떠나고 보니 그들이 흩어져 물방울로 살 때에는 볼 수도 알 수도 없었던 세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새가 날아가는 것,
산과 산 사이로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
나무와 나무를 건너 바람이 부는 것,
흙이 꽃을 피우는 것,
아이들이 뛰노는 것,
물방울들이 모여 호수가 되는 것,
사랑을 하는 것,
그리고
눈에서 물방웅이 흐르는 것…

그들이 길을 떠나기 전에는 자신들만이 오직 길 떠난 물방울들인 줄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처럼 길을 떠난 다른 물방울들, 각자 자신들의 이상과 사랑을 찾아 구름이 되어 온 하늘을 날아 여행하는 많은 물방울들이 있다는 것을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하늘을 지나쳐가면서 물방울들은 자신들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물방울들을 속에서 그들과 같은 이상과 꿈 그리고 사랑을 가진 구름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해보았습니다.

둥근 구름을 만나면 둥글게 만들어보기도 하고,
네모 난 생각을 가진 구름을 만나면 자신들을 네모 나게 바꿔 보기도하고,
기다란 꿈을 가진 구름을 만나면 기다란 구름이 되어 보기도 하고,
넓은 사랑을 가진 구름을 만나면 자기를 넓게 펼쳐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온 세상 하늘을 다 돌아다녀도 어느 누구하나
자신들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들의 꿈과 같은 꿈을 꾸고,
자신들이 사랑하는 것과 같은 사랑을 하는 구름을 결코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가면서 물방울들은 하나 둘 지쳐갔습니다.
서로 굳게 붙들고 있었던 손에 힘이 빠지고,
서로의 가슴에 다짐을 불러 넣어주던 친구들을 잃게 되고,
마침내 물방울들은 더 이상 그들의 여행을 계속 할 수 없게 되어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떤 물방울은 나무가 무성한 들판에,
어떤 물방울은 물고기들이 사는 연못에,
어떤 물방울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어떤 물방울은 꽃들이 있는 꽃밭에 …
이상도 사랑도 꿈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물방울들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산산이 부서져 여기 저기 흩어져 버리게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들판에 떨어진 물방울은 나뭇잎을 푸르고 싱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연못에 떨어진 물방울은 연못 물을 맑고 신선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마을에 떨어진 물방울은 시원하고 깨끗한 우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꽃밭에 떨어진 물방울은 아름다우며 수줍은 꽃을 피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푸른 나뭇잎은 싱그러운 그늘을 만들어 주어 누구나 그 그늘에서 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맑은 연못 물은 물고기들이 마음껏 헤엄 칠 수 있는 그들의 터전이 되어주었습니다.
깨끗한 우물은 사람들의 마른 목과 가슴을 적셔 주었습니다.
아름답고 수줍은 꽃은 아름답고 수줍은 젊은이의 사랑을 전해 주었습니다.

마침내,

그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이상과 사랑 그리고 꿈은 나뭇잎과 연못 그리고 우물과 꽃을 자라게 함으로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나뭇잎 사이에서, 연못과 우물에서, 수줍게 피어난 꽃잎 사이에서 구름이 되어 길 떠나는 다른 물방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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