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요리를 합니다. 후추통을 찾아 적당량 뿌려댑니다. 아직도 컨디션에 따라 간맞춤이 달라지는 주방경력 1년차로서 알게 된 사실은 소금간을 못맞춰도 후추, 바질 등 향신료가 들어가면 먹을 만하다는 것입니다. 후추 제가 정말 애용하는 향신료입니다.
오뚜기 후추 작은통, 제가 미국 온 다음날 제이마트에서 장만한 것인데,, 아직도 다못먹고 남아 있네요.
그때 문득, 후추 한통도 다 못먹고 가는 그 짧은 기간동안 도대체 무슨 물건들을 욕심내서 샀을까.
떡벌어진 소파, 저녁마다 등반하는 기분으로 올라가는 높은 침대 등 뭐 그런 자잘하고 버거운 물건들.
다 잘 썼으면 그만인 것을,, 크레이그리스트에 올려놓고 50불을 더 받기위해 메일질을 하는 나는 또 뭔가..
그냥 일상의 한 컷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 한참한참 뒤 저를 돌아보고 또 이런 상념 이 겹쳐질까봐 우울감이 몰려옵니다.
둘,
정 박사님이 올리신 ‘공짜밥’을 보면서,,
그 촘촘한 양식을 만들어낸 공무원, 지원 목적을 분명히하고 대상자를 정의하고 일선에서 대상자를 확인할 증빙서류등을 어떻게 갖추게 하고 등등 국회, 언론 그 누가 물어도 완벽한, 세금 누수가 없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을 겁니다.
선생님들, 많은 잡무속에서도 아이들에게 상처안주고 운영하려 고민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학교급식 값도 주지 못하는 부족한 부모, 부족한 부모를 둔 아이들을 나 그리고 나의 아이와 다르게(!) 생각하는 마음들이 아닐까. 나와 내 아이들은 그 들과 다르게(!) 열심히 살았고 그들은 안그랬다고.
곤궁함을 경험하지 못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기회가 있다고 배운 똑똑한 제 아이는 학교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친구들을 편견없이 마음으로 이해할까 두렵습니다. 부모된 책임을 느낍니다.
셋,
미국에 와서 절감한 것 중 하나,,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평균적인 지식인들이 한국에 대해 놀랄 정도로 모른 다는 것. 이는 미국인들이 막연하게 중국과 일본에 대해 가지는 환상, 동경과도 또 차이가 있는 것이라 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요.
우리나라가 GDP가 세계 몇 위이고 삼성과 현대가 우리 기업이며 일부일처제에 매매혼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여성가족부가 여권신장에 노력하는 선진문명국가다..ㅋㅋ 이렇게 설명도 해 봅니다만 숫자나 제도가 그들에게 우리를 알리지는 못하겠죠.
dramafever나 hulu.com에 올라와 있는 한국드라마를 보고 미국인들이 올린 댓글 보면 재미있습니다. 어떤 미국인은 한국인은 집에 들어올 때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꼭 신발을 벗는다를 한국에 대해 알게된 사실로 꼽았더군요. 한국인의 조심스러운 연애관, 가족간 끈끈한 정 등을 새롭고 감동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주변에 신세진 미국분들에게 신경숙님의 “please, look after mom”을 한 권씩 선물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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