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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7 2008

깜짝 평신도 설교

어제는 갑작스런 상황으로 목사님께서 병원에 달려가시는 바람에 조성호 박사님이 깜짝 예배 진행 및 설교를 맡아주셨습니다. 설교제목은 ‘법대 졸업생의 교회읽기’ 쯤이 될까요… 아래는 대략의 내용입니다.

미국에는 신이 열 있다고들 말합니다. 하나는 진짜 God, 나머지 아홉은 워싱턴에 있는 대법원 판사들입니다. 대통령은 4년, 길어야 8년 일을 하지만 종신제인 대법원 판사들의 판결은 짧으면 50년, 길면 200년 이상 영향력이 있기에 미국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으로 꼽힙니다. 이들 아홉명 판사들은 각각 자신의 신념에 따라 법을 해석하고 실행하는데, 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법 안에서 모든 것을 찾으려는 입장 (이른바 보수)과 법을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하며 현시대의 뜻을 법에 최대한 적용하려는 입장 (진보)으로 크게 나뉩니다.

인종차별을 폐지하던 때는 진보 성향의 판사들이 많았던 때입니다. 최근에는 클린턴 지나고 보수쪽이 늘어 현재 6:3정도로 보수쪽 판사가 많습니다. 이들은 늘 싸우고 견제하지만, 마냥 글자 하나하나에 매달릴 수도 없고 지나치게 자의로 법을 해석해서도 안되기에 모두 어느 지점에선가는 선을 긋고자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어갑니다. 보수는 진보를 필요로 하고 진보는 보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해석하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는 보다 진보적인 입장에서 자유롭게 성경을 해석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하지만 보다 원칙적으로 성경을 해석하려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을 인정하는 모습을 잃지 말아야합니다. 때로 우리를 공격하는 보수성향 기독교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워하기도 하는데,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이들에게도 열려있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진보이지, 그렇지 못하다면 또다른 보수가 되고 맙니다.

인종차별이 법으로 폐지되고도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법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흑인들이 학교에 떡하니 가기도 두렵고 백인들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학교에 공수부대를 보내 흑인 아이들의 손을 잡고 교문을 들어서게 했습니다. 자유주의 진보성향으로 가득했던 그 당시에 이처럼 강한 심볼릭 제스쳐가 없었다면 그 결정들이 자칫 권위를 잃고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수부대 군인아저씨들이 흑인 아이들의 손을 잡고 교문을 들어서는 날은 반드시 옵니다. 그 때까지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하고 인정하고 균형을 이루어가면서 하나님의 바른 뜻을 찾아가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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