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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4 2014

“그들의 손에서…”

예전에 운동권 목사 밑에서 가방 들고 다녔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생각이 아무리 그 쪽에 붙어 있어봐야 별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이 되었던지 녀석은 노태우 정권에서 민정당으로 갈아탔습니다. 혹시 그 녀석이 잘 나갔으면 김문수나 이재오 짝이 났을 텐데…

여하튼, 내가 싱가폴에서 돌아 온 후 한 번은 제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그 녀석은 당시 잘 나가던 어떤 민정당 국회의원 이라는 놈의 보좌관을 한다고 하면서 말 같지 않은 제안을 내게 해 왔고, 당연히 나는 녀석에게 욕을 바가지로 퍼 부어주었는데, 한참 욕을 먹고 있던 녀석이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이 쪽은 정말 열심히 해요. 제가 저 쪽에도 있어봤잖아요. 저쪽은 소리는 큰데 결과가 없고 이쪽은 소리는 없는데 뭔가가 만들어져요. 그것이 참 이상했어요. 그런데 제가 들어와서 일을 해보니 이쪽은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해요. 저 쪽은 정권을 잡겠다고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인데, 이 쪽에 와 보니 정권을 지키겠다고 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서너 배 아니 열배는 더 열심히 일을 해요. 그래서 제가 알았어요. 결코 이 나라는 이 사람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고요.”

“미친놈, 나라 팔아먹는데 다섯 놈이 했으면 나라 지키는데 오십만, 오백만이 목숨을 버렸어. 그걸 몰라? 내가 그렇게 수 없이 말했잖아. 너도 역사를 배웠고.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알아요, 그런데 오십만 오백만이 죽으면 뭘 해요? 결국 다섯 놈이 나라를 쥐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 다섯 놈이 오십 오백만 보다 더 힘 있는 많은 일을 하잖아요”

“뭐야,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일이 그 놈들이 하는 일 보다 못하단 말이야?”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예요. 어떤 일이 더 민족적이고 민주적 가치있는 일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열심히, 더 많이 하느냐 하는 거예요. 저도 전에 열심히 운동 했었잖아요. 그런데 이쪽에 와 보니, 정말 더 미친 듯이 일을 하더라고요. 운동권이 못 따라 갈 만큼 말이예요…”

결국 대화는 내 욕설과 녀석의 우울한 얼굴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제 다시 생각 해 보면 민족의 역사를 더럽히고,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돈 벌이에 미친 것들이 하는 짓들에 비해 우리는 정말 민족, 민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 하고, 싸우고, 외쳤었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무겁습니다.

불법선거를 저지른 국정원과 국방부의 정치 공작 댓글이 밝혀진 것만 이천만건에 이릅니다. 하지만 불법 선거를 고발하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댓글은 백만 건이라도 아니 만 건이라도 되는지…

요즘은 ‘결코 이 나라는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는 그 녀석이 말이 자꾸만 다시 밟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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