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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 2011

사순절 이야기 (33) – 좋은 엄마이길

우리 딸은 온순하고 착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저희집도 종종 벌어지는 실랑이를 피할 수 없습니다. 밥먹기 싫다, 과자 먹고 싶다부터 시작해서 TV보고싶다 등등. 데이케어에 보낸이후로 집에 돌아오면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지 자꾸 투정을 부리는 겁니다. 학교에서 픽업할때만해도 방실방실 웃는얼굴로 나오지만, 요근래 들어선 저녁먹을때가 되면 매일 짜증을 내네요. 특히 그렇게도 아빠를 좋아하던 아이가 요즘에는 아빠에게  부쩍 빡빡하게 대합니다. 아빠에게 더 쉽게 삐지고 아빠랑 잘 하던 일들도 엄마인 저한테만 의지하려 들구요. 은재 또래 나이에는 오히려 동성 부모를 견제(?)하려 해야 하지 않나요?^^…

웃는 얼굴일때는 세상을 다 주고싶은 생각이 들지만, 5분도 안되서 이런저런일로 짜증을 내면 어찌나 콕 쥐어박고 싶은지…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한가 봅니다. 기분 좋을땐 사랑하네 어쩌네 해도 몸과 마음이 피곤하면 그만큼 잘해주기가 힘들죠.

예전에는 은재에게 건네는 저희집 아침인사는 ‘오늘은 뭐하고 놀까?’ 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굿모닝 하자마자  ‘얼릉 밥먹고 학교가자’  요런 식으로 아이를 재촉하기 바쁜 아침이 되었네요. 하루종일 엄마 아빠랑 붙어있다가 낮시간동안 떨어져 있으려면 꽤 섭섭할텐데 말이죠. 엄마가 더 사랑해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뱃속의 또 다른 아이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와요. 오 과연 내가 두 딸 모두에게 괞찮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지난주 교회에서 채원이를 만나고 난후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실감이 팍팍 와닿고 있습니다. 아직 먼 일이라 여겼는데 이제 곧! 채원이마냥 꼬물거리는 어린 공주를 만나게 되겠죠. 다시 4년전의 일들이 반복되겠지만 이번에는 몇 배로 더 힘들지도 모르고요.

딸 셋과 아들 하나를 키우신 엄마 목소리가 간절히 듣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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