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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9 2011

사순절 이야기 (1) – 재가 되자.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다.
진짜가 아니라는, 진실이 아니라는, 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거짓이라는 것이다.

확실한 거짓말이 있단다.
장사하는 사람이 ‘밑지며 판다’는 말이 거짓말이란다.
노인들이 ‘빨리 죽어야지’ 하는 말이 거짓말이란다.
노처녀가 ‘시집 안 간다.’고 하는 말도 거짓말이란다.
글쎄, 꼭 그렇지만은 아닐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이 때로는 밑지고 팔 수도 있을 테고, 노인들이 사는 것이 너무 버거울 때도 있을 테고 또한 독신주의자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에 의해 ‘그건 거짓말이야’라는 딱지가 붙여지고 나면, 사람들은 모두들 아무 생각이나 검증 없이 그저 ‘응, 맞어. 그건 거짓말이야’라고 따라하게 된다. 사실은 참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예전 김추자씨가 부른 노래가 있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라고 시작하는 노래였다. 당시가 박정희가 유신독재라는 미친 짓으로 나라를 망치던 때였는데, 결국 이 노래는 금지곡이 되고 말았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을 입증 한 셈이었다.

얼마 전 고고학자들이 십계명 원판을 발견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이 알고 있는 십계명과는 다른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다른 점은 원 돌 판에는 계명이 열 가지가 아니라 한 가지가 더 있어서 십 일 계명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열 한 가지 계명 중 마지막 계명은 사람들에 전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마지막 계명은 다름 아니라 “무엇을 하든 걸리지 마라”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한 번은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확실한 거짓말 한 가지와 가장 확실한 진실 한 가지를 말 해보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결과는 듣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물론이지만, 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무엇이 가장 확실한 거짓이고 무엇이 가장 확실한 진실인지 잘 구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거짓이 진실이 되고 또한 진실이 거짓이 되어버리는 세상 속에 살고 있기 때문 인지도 모르겠다.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로 시작 된다.
재는 모든 것을 내 버린 후 얻게 되는 것이다.
다 버리지 않으면 재가 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이마에 재를 바르면서 예수의 고난을 기억하는 사순절을 시작 한다는 것은 아마도 거짓도 진실도 모두 태워 버린 ‘재’ 속에서 참 삶의 의미를 찾아 가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김민기씨의 ‘친구’ 라는 노래는 ‘그 모두 진실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 할 사람 누가 있겠오?’ 라고 묻는다.

‘아니’라고 말 할 진실이든, ‘예’ 라고 말 할 거짓이든, 아니면 그 반대이든,
사순절, 태워 보자.
거짓이 무엇이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따져 묻기 전에 먼저 나를 태워 보자.

모든 것을 내버리고,
내가 먼저 재가 되어 보자.

장호준

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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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인기의 프로필 사진
    정인기

    스토어스에서 살 때… 어느 사순절 기간에 그냥 생각없이 식당(Willimantic 쪽의 Applebee)엘 갔는데, 사순절 기간동안 육류를 안잡수시는 분들은 우리의 별미 새우, 생선, 머시기, 머시기, 하며 광고를 한 종잇장을 봤는데, 그게 얼마나 크게 눈에 들어오던지, 또 그와 함께 사순절 기간동안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고 삶을 뒤돌아보는 때를 잠깐이라도 보내야 함을 미쳐 생각하지 못한 것을 가슴 깊이 느낀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새우와 생선은 맛있게 먹었지요. 그러면서 생각이, 아니 이제와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는 그런 식당에서도, 그런 광고 종이를 보고서도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주시는구나…. 하며 생각했죠.

    삶의 그 어느 자리에서도 하나님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고, 그리 살며 조금씩이라도(제가 옛날에 썼던 표현 10년에 1mm라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물리적인 재가 아니라도, 또 재의 수요일이라는 상징적인 날이 아니라도, 거짓말에서 벗어나, 진실과 참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텐데요, 발에 땅 딛고 사는 인간인지라 매일 가슴만 치며 “제 탓입니다” 소리만 되뇌입니다.

  2. 기현애비

    참이든 거짓이든
    재든 뭐든
    뭐라도 남기는 사람이 되야겠다는…뭐 생각만이라도 우선 ㅡㅡ;;

  3. 기현애미의 프로필 사진
    기현애미

    왜 옛날옛적부터 도를 닦는 사람들은 가족을 버리고 재산을 버리고 산으로산으로 올라갔는지…아마도 그것이 자신을 재로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네요. 우리네야 그게 좀 어려우니 있는 자리에서라도 좀 더 비우고 버리고 느긋해져야하겠네요. 참…어려운 것만 주문하십니다. 우리의 그분은…

  4. 장호준

    외로움, 집착, 비겁함, 욕심… 게다가 사랑.
    아흐, 그 놈의 사랑…

    재를 만들어야지
    재를 만들어야지
    말은 하지만
    사랑이란 것,
    이 놈은 타지도 않는지…

  5. 김춘아

    2011 사순절 이야기의 첫 페이지가 열렸네요! 개인적으로는 태어나 처음(!)으로 사순절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오래 전부터 치매와 지병으로 자리에 누워 계신, 이제는 팔순이 넘으신 저희 어머님이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반복하셨던 말씀: “나 이제 니 아버지 포기했다.” 그런데 참, 평생, 지금도 아버지에 대한 집착을 꼭꼭 껴안고 계시답니다… 외로움, 집착, 비겁함, 욕심이 거짓을 만들고 묵인하게 만드는 게 아닌지… 목사님 말씀처럼 이런 것들을 태워 재를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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