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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 2009

의인인들 – 3/2

눈이 왔다.
2월 말에 날이 따뜻한 것이 못내 미심쩍었던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눈이 바람과 함께 몰아쳤다.

눈이 오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눈을 치우는 일이다. 하지만 기계없이 삽만을 사용해서 눈을 치운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인지라 어떻게하면 눈을 좀 덜 치우고 살짝 살짝 자동차만 다닐 수 있게 할까하는 생각에 이런 저런 궁리를 해 본다.

차고 앞에만 조금 치우고 드라이브 웨이는 바퀴가는 길만 치우는 방법, 아예 차고 앞이고 뭐고 그대로 두고 살금살금 자동차를 움직여서 바퀴자국을 내 놓고 그 자국만을 밟고 다니는 방법. 하지만 이렇게 요령을 피우다가 한 번 바퀴가 쌓인 눈에 미끄러지면서 헛 돌기 시작하면 그 때는 옴짝 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오늘 우체국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차고문을 열고서 오 인치쯤 쌓여있는 눈을 보면서 잠시 고민을 했다. 눈을 치우고 갈까 아니면 그냥 밀고 나갈까?

귀차니즘의 결정대로 그냥 밀고 나가기는 했지만 들어오는 길에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눈에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헛돌기 시작했다. 결국 눈에 빠진 자동차를 드라이브 웨이에 그대로 세워둔채 휘청거리는 허리를 부둥켜 안고 쌓인 눈을 다 치우고 말았다.

내가 주께 피하였거늘,
어찌라여 너희는 나에게 이르기를
“새야,
너의 산으로나 피하려무나,
악인이 활을 당기고,
시위에 화살을 메워서
마음이 바른 사람을
어두운 곳에서 쏘려 하지 않느냐?
기초가 바닥부터 흔들이는 이 마당에
의인인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느냐?
시편 11:1-3

바퀴가 헛도는 마당에 배기량이 아무리 커도, 최고급 가죽 씨트라 하더라도다, 트랜스 미션이 새것이라 해도, 창문이 자동이고, 최성능 GPS가 장착되어 있다 하여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바퀴가 헛도는 마당에 할 수 있는 것은 바퀴를 헛돌게 하는 것을 치워버리는 한 가지 일 뿐이다.

사순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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