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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 2017

2017 사순절 이야기 (10) – 어느 한 밤의 기도

 

안녕하세요 은재 단아 리원 세 딸을 키우고 있는 서자연입니다.

지난 목욜 밤은 많은 분들께 뜻깊은 시간이었을 것 같네요. 저 역시도 라이브 방송을 틀어 놓고 마음 졸인 저녁이었지만 결국 원하던 좋은 결과로 마무리 되어 정말 통쾌하고 행복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이날 어쩌면 박근혜 파면보다 더 간절히 마음 졸이며 기다린 소식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제게는 두명의 여동생 한명의 남동생이 있는데요 바로 밑의 한살어린 동생이 현재 둘째 임신 21주차입니다.

화욜아침에 이 동생으로부터 엄청난 카톡이 왔습니다. 뱃속 아기가 기형아 검사에서 trisomy 18 초고위험군 판정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염색체는 모두 두개씩 한쌍어야 하는데 18번 염색체가 세개가 되는 에드워드 증후군일 확률이 아주 높다고 했습니다.

에드워드 증후군은 우리가 흔히 듣는 다운증후군보다 더욱 어마무시한 기형을 동반하기 때문에 대부분 초기에 유산되거나 막달을 채우지 못하고 사산되고 혹 태어나더라도 매우 위중한 상태로 태어나 삼개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다운증후군처럼 고령의 산모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데 그 확률이 무려 1:10이라고 했습니다. 10명중 1명은 진짜라는 뜻으로 보통 정상 아기는 1:300 이상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멘붕상태의 제 동생이 다음으로 할일은 백만원 상당의 양수검사를 받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수검사는 이런 질병을 확진받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산모의 배에 마취없이 주사바늘을 찔러 넣어 양수를 채취하고 드물게는 유산의 위험도 있어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동생은 망설였습니다. 언니 양수검사에서 확진이 나면 그 다음은 어떻해? 난 벌써 이 아기가 너무 좋은데… 그 다음은 머야…아이의 상태가 어떠하든 내가 지켜줘야 하는 거쟈나…우리는 수화기 너머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직 확진을 받은 것도 아닌데 뱃속 아가를 어쩌면 무사히 만날 수도 없다는 생각이 우리를 한없이 무섭게 했습니다. 이럴때 가까이 있어주지 못하는 언니가 되고보니 너무 미안하고 속상함이 말로 할수 없었습니다. 서로를 위로하고 추스리고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 우여곡절끝에, 동생은 수욜 오후에 양수검사를 받았고 하루뒤 결과를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해보니 쿼드검사라 불리는 이 유전자 검사는 틀릴 확률이 꽤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은 고령산모가 많아서 false positive 가 더 자주 있다는 말에 희망을 갖고 맘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는 목욜 오후, 어찌나 시간은 더디 가는지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아이들이 머라고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정말 이정미 재판관이 마지막 주문을 읽어갈때쯤 동생의 카톡이 도착했습니다.

언니 나 10명중 9명이었어 ㅎㅎㅎㅎ.

그 시간 이후부터 갑자기 찾아온 내안의 평화와 행복. 너무나 행복한데 왜 그리도 눈물은 멈추지 않는 것일까요 옆에서 깔깔대며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남에 감사하고, 십수년전 노무현이 탄핵을 당했을때 회사 기숙사에서 쭈그려 앉아 혼자 울었던 그 속상함을 왠지 되갚아 준거 같아 속시원한 그런 기분좋은 밤이었습니다.

엄마 왜 우냐고 울지말라고 달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속 시원히 울지는 못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된 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태어날때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아이들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더 잘하기를 요구합니다.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던 처음의 그 마음을 다시 떠올리고 다짐하고 되새긴 한주였습니다.

하나님 저에게 별보다도 어여쁜 건강한 세 아이를 주심에 감사하고 제동생에게도 좋은 결과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나라도 건강하게 다시 출발할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2 comments

  1. kko011의 프로필 사진
    kko011

    안녕하세요. 동생 뱃속에 조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기원합니다.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얼마나 마음 졸이고 걱정하셨을지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
    저도 마침 두 달 뒤에 만날 조카를 기다리는 중인데 태어날 아가들 모두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

  2. 삯꾼의 프로필 사진
    삯꾼

    아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하늘에 닿은 기도가 땅을 울렸군요…
    참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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