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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 2010

사순절 이야기 <31> 소통 혹은 드러냄 ?

이곳에 와서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은 UCAELI Reading/Writing Class에서 내주는 Essay 숙제입니다. introduction, body, conclusion으로 구분하는데….. introduction에는 body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할 thesis를 쓰고….. 일종의 규격에 맞게 쓰라는 것인데 왜 그리 힘들게만 느껴지고 하기 싫던지…. 정말 “영어로” “글쓰는 것”은 정말로 고역이었습니다.  Essay 숙제를 억지로 끝내고 잠시 쉬려는데 이제 누군가가  “한글로” (물론 영어로 써도 되겠지만) 사순절 이야기를 이어가라고 하네요. 그런데, “영어“가 아닌 한글로 글쓰는 것인데 이것 또한 정말 하기 싫고 고역이네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저에게 고역이었던 것은 “영어로” 글쓰는 것이 아니라 “글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네요. 그래도 명색이 변호사이고 한 때는 시인을 꿈꾸기도 했던 문학청년이었는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누가 말했던가요. 작년 12월 이곳에 도착, Vernon에 집을 얻어 정착을 하는 동안 가장 답답했던 순간은 comcast가 연결될 때까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던 때인 것 같습니다. 이국타향 이곳은 낯설기만 하고 그나마 익숙한 것이 한국소식인데, 한국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인터넷이 없으니.. 세상과의 소통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 외딴 섬과 같이 완전히 단절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둘.. 그 문제의 Essay입니다. 저는 세 가지 테제 A, B, C를 설명하면서 열심히 C가 가장 중요하다며 강조했는데 우리 Native 선생님께서는 C가 아니라 B가 중요한 것으로 보고 B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advice를 주시더군요. 제 머리 속에 한글로 정리되어 있는 생각과 A4 용지에 영어로 쓰여진 내용이 달랐던 것이죠. 제 머리 속의 생각을 A4 용지에 영어로 풀어낼 자신이 없던 저는 답답함을 간직한채 Native 선생님 advice 대로 대강 마무리 하고 말았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하는데 하면서..  

셋..   저지난 주 금요일이었습니다. 미녀간호사, 떠별, 막내아짐, 그리고 우리 주희가 스키 타러 간 날이죠. 저는 주희 엄마 ESL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 1시경에 미녀간호사께서 근무하시는 병원 근처로 pick up을 나갔습니다. 그때 현서 어머니를 보고는 주희가 오늘 금요학당에 못 간다는 말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희 엄마한테 말했더니

 주희 엄마 : “응. 영선씨한테 말했어”      저 : “영선씨보다도 이진씨한테 연락해야..”   주희 엄마 : “연락한다고 했어.”

저는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저녁 7시쯤 되었을까요. 주희 엄마 왈 “아차. 이진씨한테 연락 못했네” 그래서 네 잘못입네 내 잘못입네 하면서 잠시 언성이 높았었는데…    저는 “(영선씨가) 연락한다고 했어”로 들었고, 주희 엄마는 “(내가) 연락한다고 했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공간적 장애와 기술적 장애, 언어적 장애, 감정이입(?)의 장애로 세상, 나 아닌 외부사람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발생한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맨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왜 글쓰는 것을 싫어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평상시 별다른 생각이나 고민 없이 살고 있다는 점이 들키기 싫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 있긴한데, 그 생각이 완전히 주관적이어서 객관성을 잃은 것이 아닌가 걱정이 돼서, 어느 정도 정리된 생각은 있으나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데 자신이 없어서.. 대충 이런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소통의 출발점은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2 comments

  1. 기현애미의 프로필 사진
    기현애미

    지금 Gottman의 10 Lessons to transform your marriage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부부갈등의 많은 부분이 communication skills에 있다눈…;;
    뭔가 서로 계속 소통하고는 있는데, 나의 의도와 상대의 이해가 다를 때. 우리의 갈등이 시작되나봅니다. 허나, 우리에겐 항상 갱생(?)의 기회가 허락되므로. Don’t worry and Be happy.

    -학기말 후유증으로 슬슬 미쳐가시는 아짐씨-

  2. 장호준

    그게 말이죠, 난 분명히 “사랑한다”고 했는데 왜 듣는 사람은 “사랑한다”고 듣지 않는지… ㅊㅊ
    글쎄요 너무 속을 드러내서 그런가요?
    그렇다 하더라도 계속 ‘사랑한다’고 하다보면 언젠가는 소통이 되겠죠?

    이 변호사님, 다음엔 영어로 쓰셔도 됩니다. ㅎㅎ

    내일 3월 25일 목요일 사순절 이야기는 김정민 교수님이…
    혹시 시험문제 내시는 것은 아닐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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