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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8 2009

소리 – 3/7

늦은 오전에 전화가 왔다.

“에… 거기가 커네티컷 제일 교회 맞나요?”
“예, 그렇습니다.”
“에… 거기 찾아 가려고 하는데요”
“아, 그러세요? 어디에서 오시는데요?”
“에… 여기 화밍턴인데요”
“예 그러세요, 그러시면 교회와 아주 가까운데 혹시 화밍턴에서 하트포드 쪽으로 오는 길을 아세요?”
“에… 제가 여기 이사 온지가 얼마 안되서 길은 잘 모르지만 교회는 가 봤습니다.”
“교회를 와 보셨다고요?”
“에… 오늘 아침에 교회에 가 봤는데 문이 다 잠겨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구요”
“아, 그러셨군요. 토요일이라 교회 오피스가 문을 닫습니다.”
“에… 그래서 제가 장소는 아는데, 교회가 장로교횐가요?”
“아닙니다. 컨그리게이셔날 교회입니다. 한국 말로 굳이 번역을 하자면 회중교회라고 할 수 있죠”
“에… 회중교회요? 그거 난 잘 모르겠는데, 그게 뭐죠?”
“지금 전화로 말씀 나눌 시간이 있으시면 제가 말씀을 드리죠”
“에… 예, 시간은 있는데…”

심십분 … 회중교회 강의를 했다.

“에… 그런데 교인이 얼마나 되나요?”
“후후후 교회를 찾으세요 아니시면 교인을 찾으세요?”
“예?”
“교회를 찾으시려고 전화를 하신 것이면 바로 찾으신 것이고요, 교인을 찾으시려고 하셨다면 제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알려드릴께요”
“에… 그건 아니고요. 그저 잘 몰라서”
“그러시면 오셔서 저와 이야기를 해 보시겠어요? 잘 모르시는 것을 말씀 해 주시면 제가 아는 만큼 말씀 드릴 수 있는데요.”
“에…. 그럼 주일에 한 시 예배죠?”
“예, 한 시에 모입니다.”
“에… 그럼 내일 한 시에 예배 드리러 가겠습니다.”
“예, 그러시죠. 꼭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마음보다 오셔서 저와 이야기를 하시죠. 제가 커피를 끓여 놓으테니까요.”
“에… 아니 그래도 예배는 드려야죠”
“예, 그럼 그렇게 하시죠. 내일 한 시에 교회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에… 아까 전화한 사람인데요, 내일 뭐 일이 생겨서 교회에 못 갈것 같아서 …”
“아 예, 그러시면 다음에 뵙지요.”
“에… 그게…”
“아, 다음이 다음 일요일이 아니라 언제든 시간 되시면 한 번 찾아 오시든 전화를 주시든 하시라는 말입니다. 걱정 마시고요.”
“에… 죄송합니다.”
“예?”

그 사람이 왜 내게 죄송하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된 사람이다.
못 온다는 연락도 없이 안 오는 사람들이 정상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온다고 했다가 못 온다고 다시 연락을 하니 말이다.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창공은 그의 솜씨를 알려 준다.
낮은 낮에게 그의 말씀을 전해 주고,
밤은 밤에게 그의 지식을 알려 준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 간다.
시편 19:1-4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 것을,
말을 한다고 해도 들리지 않을 것을,
들린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 할 것을,
이해 한다해도 따르지 못할 것을,
괜히 말만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사순절,
비록 들리지는 않는다하여도 세상 끝까지 번져가는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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