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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4 2011

사순절 이야기 (23) –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4월 4일 누군가가 분명 오늘 날짜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했지 않았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한국에서는 ‘불법복제를 거절하는 날’이라고 하네요. “사양할 사(辭)”와 “복사할 사(寫)”를 합쳐 ‘사사데이’라고도 한답니다. 이런 날을 정해 놓고 홍보할 만큼 아직도 불법적으로 복제가 성행하고 있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네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얼마전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둘째인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소현이 담임 선생님 면담 간다면서 화장하고 머리 손질하고는 체육복 바지를 입고 간 ‘뒷북’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2008년 연구년으로 1년 동안 그곳에서 생활하였으며,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가끔 그곳에서의 생활을 생각하거나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오게 되면 아직도 그곳의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사순절 이야기’을 빌어 이 같은 시간을 가지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오늘은 현재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올려봅니다.

재단의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각종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교수협의회 활동으로 인해 현재는 16년동안 몸담았던 경주대학교를 잠시 떠나 다른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이 참에 푹 한번 쉬어 보려고 했는데, 한 집안의 가장임을 잠시 망각했었나 봅니다. 그래서 작년 11월부터 경북대학교 뇌공학 연구실에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강의도 하고, 토요일에는 세미나에 참석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공했던 분야와는 달라 조금은 힘들지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예전 박사과정 때로 되돌아간듯합니다. 제 생활이 이렇다 보니 집사람이 생활이 요즘 엄청나게 바쁘고 힘들어졌습니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강의, 과외 그리고 대안학교 봉사활동 등으로 쉴 시간이 제대로 없을 정도이니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저로서는 미안할 따름입니다. 얼마전 체육복 바지 입고 학교에 갔다고 했을 때는 더욱 더 맘이 찡하더군요. 엄마 아빠가 바빠서 많이 신경을 써 주시 못해 주는데도 상범이랑 소현이는 밝게 잘 생활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2월에는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과 연구실을 졸업한 제자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상황을 전해 들으신 교수님께서 “현명하게 행동하지”라고 한 말씀하시더군요. 그 당시 어떻게 했어야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못되어 가는 일들을 바로 잡고자 했을 뿐인데,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돌아오는 고통이 너무 크네요.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학교 직원들이 현재 상황이 너무나 부당하다며, 노조결성을 한다고 문자를 보냈더군요. 다시 한 번 학교가 시끄러워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빠른 시간 내에 학교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해임무효 확인 소송의 첫 재판이 4월 22일에 있습니다. 비슷한 일로 법원에 몇 번 들락거렸더니 이젠 이런 일에도 덤덤해 지는군요. 최종 대법원판결이 나기까지 2년정도 소요된다고 하던데 또 하나의 긴 여정이 시작 되려나 봅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겠지만,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담에 좋은 소식 전할께요.

김철수(Charles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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