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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 2009

살펴보신다 – 3/3

새벽에 나가보니 어제 내린 눈에 버스 앞유리창이 반쯤 가려져있다.
빗자루를 부여잡고 앞쪽에 쌓인 눈을 쓸어내리고,
방향 지시등을 덮어버린 눈을 헤쳐내기에 정신이 없다.
뒷 창문까지 대충 흩어내고 나니 떠나야 할 시간이 십분이나 넘어버린다.
바퀴 점검을 하는 둥 마는 둥, SOS 라이트가 켜지거나 말거나 일단 출발을 했다.

새벽 어두움에 미끌거리는 도로를 시간에 쫓겨 달려가면서 거울로 뒤를 보았다.
뒤 따라 오는 차가 한 대도 없다.
하긴 이 새벽 미끄러운 길에 누가 나서겠는가라고 생각했다.

첫번째 신호등이 빨간색이다.
버스를 세우고 다시 거울로 뒤를 봤다.
뒷편에 차들이 있다.
그런데 저만치 나와 거리를 두고 정지 해있다.
이상하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봤다.
이런… 버스 지붕에 가득 쌓여있던 눈이 바람에 휘날리면서 뒤편에 따라오던 차들을 덮어버린 것이다. 버스 지붕에서 무더기로 떨어지는 눈 사태에 다른 차들이 감히 가까이 접근을 못하고 저 만치 떨어져서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어떤 차든 눈을 이고 내 앞을 달려가면서 눈 덩어리를 떨어뜨리면 “경찰은 뭐해 저런 것 잡아서 티켓 안 끊고”하고 투덜거렸었다.
얼른 앞 뒤 좌우를 둘러 보았다. 혹시 어디 경찰 없나?

어리석은 사람은 마음 속으로
“하나님이 없다” 하는구나,
모두가 하나같이 썩어서 더러우니,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주께서는 하늘에서 사람을 굽어보시면서,
지혜로운 사람이 있는지,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보신다.
시편 14:1-2

땅만 보고 달려가면 내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앞만 보고 달려가면 내 뒤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 모른다.

어리석은 눈 높이는 어리석은 사람만 보인다.
지혜로운 눈 높이는 하나님이 살펴보심이 보인다.

사순절,
내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있는지를 하늘 눈높이로 볼 수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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